"심봤다" 6년간의 자식농사…秋 인삼수확기

"여름에는 제 속이 새까맣게 탔었는데 애들이 괜찮아보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의 인삼밭에서 만난 인삼경작인 오정재 씨(59)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딛고 뽀얗고 탱탱한 속살을 드러낸 인삼들을 보니 대견하기 이를데 없다.

6년을 애지중지 키워온 인삼은 오 씨에게 자식과 다를 바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6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키울 수 없어요"

◇ 섬세한 작물…6년의 자식농사

오 씨가 6년간 임차해 인삼을 키워온 밭은 4500평. 고랑을 빼고 나면 3800평 정도에서 인삼을 수확했다. 검은색 차광망을 치기 위한 지주목과 지주목 사이를 1칸으로 밭 면적을 가늠하는데 1칸은 1평 정도다.

15년간 인삼을 키워온 오 씨는 올해 1칸당 5채 정도의 인삼을 캤다. 채는 차라고도 하는데 두 손으로 인삼을 쥔 양으로 750g쯤 된다. 즉 올해 수확량은 1칸에 3.75kg, 총 14t에 달한다. 지긋지긋했던 여름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다.

수확을 돕던 오 씨의 친구 조재철(59) 씨도 “이 정도 인삼이면 중상급 정도 되는데 올해 폭염 등을 생각하면 괜찮은 결과”라며 “인삼 농사는 하느님이 동업자인데 많이 도와주신 것 같다”고 웃었다.

인삼은 섬세하고 민감한 작물이다.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타죽어버린다. 빛이 너무 적어도 안되며 온도가 너무 높아도, 비나 눈이 너무 많이 와도 안된다. 병에도 약하다.

이에 따라 인삼밭에는 1차로 비닐이나 은박지로 차광지를 치고 그 위에 검은색 천으로 된 차광망을 드리워 보호한다.

◇ 인삼 수확철은 가을…‘심쿵’ 1등삼

인삼 수확은 9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한다. 6월부터 자란 몸통이 7, 8월을 거쳐 가을에 가장 커지기 때문이다.

세심한 재배 과정과는 달리 수확 과정은 과격(?)하다. 트랙터에 포크레인까지 동원된다. 인삼을 캐는 것을 채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포크레인으로 6년간 다져져 단단해진 밭을 갈아 엎은 뒤 채굴용 트랙터가 지나가면 인삼이 그물에 걸린 생선처럼 줄줄이 올라온다.

채굴한 수삼(水蔘. 밭에서 캐내 말리지 않은 삼)은 30kg 박스에 담겨져 충남 부여의 인삼공사 제조창으로 옮겨진 뒤 증기로 쪄서 말린 홍삼(紅蔘)으로 변신한다.


오 씨의 밭에서는 1등삼도 발견됐다. 1등삼은 다리가 2개로 사람 모양과 비슷하고 몸통 길이와 굵기 비율이 2.5대 1 이상인 인삼이다. 가격이 3등급 삼의 두 배가 넘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국빈 선물한 최상급 홍삼은 천삼십지(天蔘十支)라고 부르는데 1캔(600g)에 600만원으로 1만 뿌리당 1뿌리가 나온다.

◇ 1.3조 홍삼시장, 절대강자의 비결은

오 씨는 인삼공사에 전량 납품하는 계약농가다. 인삼공사는 100% 계약 재배로 수확 인삼을 일괄 수매한다. 매입가를 일반 농가보다 높게 책정하는 대신 철저한 검사와 감독을 통해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토양과 묘삼(1년생)의 성분검사를 통과해야만 계약이 가능하며 재배 과정 감독과 수확해 2차례 검사 등 깐깐하고 까다로운 관리·감독이 이뤄진다.

KGC인삼공사 권백진 과장은 “철자한 관리와 감독은 최고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자 정관장 브랜드가 신뢰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홍삼시장 규모는 2005년 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조5000억원으로 10년만에 3배 가량 성장했다. 그리고 인삼공사 정관장은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절대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고대부터 시작된 고려인삼의 명성, 21세기로

인삼의 효능은 거의 만병통치급이다.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Saponin),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신진대사 촉진, 혈당 및 혈압 조절, 면역력 향상, 암세포 억제, 피로 회복,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입증됐다.

그리고 인삼 중의 인삼은 고려인삼이다. 삼국시대부터 중국과 일본은 한국 인삼의 ‘넘사벽’ 약효에 열광했고 조선시대 들어 대량재배가 이뤄지면서 동아시아 교역시장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고려인삼의 인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2011년에는 중국 수출이 4000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패 척결 기조와 의악품 분류에 따른 인허가 제약 등으로 중국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중국은 여러 변수가 존재해 안착이 쉽지않은 시장”이라며 “소비자 니즈에 맞춰 복용이 편리하고 휴대가 간편한 제품, 홍삼 화장품 등 다양한 응용을 통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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