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비상문 설치' 무산 위기…내년 정부예산 '0원'

4년새 6명 숨졌는데…정부-서울시 예산다툼에 안전은 뒷전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한명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관계자가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잇단 사망 사고로 지하철 안전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도어(안전문)에 광고판을 떼고 비상문을 설치하겠다던 서울시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경환(국민의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고판 철거 및 비상문 설치를 위해 국비 4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구의역 참사' 당시 제기된 스크린도어 안전에 대한 총체적 부실 가운데 하나로 비상구가 있어야 할 안전보호벽에 광고판이 붙어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를 전면 보수 또는 교체하는 등 부실이 심할 경우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국비(40%)와 시비(30%), 서울도시철도공사 예산(30%)을 이용해 250개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4300여개 광고판을 철거하고 비상문 1만7천여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내년(2017년)도 정부예산안에서 빠지면서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가 요청한 국비지원이 기획재정부 심사에서 채택되지 못한 것.

기재부 측은 이에 대해 "국토부의 요청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재정 현황과 우선순위를 감안해 사업을 조정했다"며 "예산은 객관적인 필요성을 감안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 배정 문제는 그동안 청년수당이나 소방용수 사용 등의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혀 온 정부와 서울시의 불편한 관계가 한 몫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도 또 나고 하니까 저희는 국비 지원이 정말 시급한 입장"이라면서도 자체 예산으로 추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러긴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예산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툼을 벌이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린 상황.

지난 1년간 광고판을 철거하고 비상문을 설치한 역사는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운영하는 서울 1~8호선 역사 262곳 가운데 3호선 독립문역·홍제역, 5호선 양평역 등 3곳뿐이다.

이에 대해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국민의 안전문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협조하기로 했으면 당연히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요즘 정부-지자체간 신경전이 심한데 그런 측면에서 정부 지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건 서울시도 충분히 예상했어야 한다"면서 "사업이 무산되면 직접적인 책임은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에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7시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승강장에서 김모(36) 씨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김 씨는 당시 끼었던 승강장에서 7.2m쯤 밀려가 안전보호벽 비상문으로 튕겨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와 지난 6월 구의역 참사 피해자인 19살 김모 군을 비롯해 지난 4년 동안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사람은 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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