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원더라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미국 애틀란타에서 살았다. 애틀란타 힙합씬이 굉장히 크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힙합 음악을 접했다. 한국에 온지는 3년 정도 되어간다.”
Q. 긱스 릴보이가 당신을 지목했다.
“무슨 생각으로 날 지목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Q. 두 사람이 굉장히 친하다고 들었다.
“맞다. 중학교 때부터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 ‘정글’에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블락비 박경,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등 90년대 초반 태어난 래퍼들은 대부분 그 사이트에서 활동했다. 그 중 긱스 멤버 릴보이와 루이는 가장 자주 연락하던 사이다.
내가 한국으로 다시 오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긱스가 ‘오피셜리 미싱 유’로 뜨지 않았나. 사실 그 곡이 발표되기 전에 먼저 들어 본 적이 있다. 좋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큰 인기를 얻고 TV까지 나오는 걸 보니 신기했다. 동시에 나도 본격적으로 랩을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Q. 활동명을 보이원더(Boy Wonder)로 정한 이유는 뭔가.
“보이원더는 말 그대로 경이로운 아이라는 뜻이다. 본명인 원서와 비슷한 어감으로 만들고 싶었다. 예전부터 미국 친구들이 날 ‘원더’라고 부르기도 했다. 활동명을 만들고 난 뒤 한해 형에게 드레이크 프로듀서가 보이원더(Boi-1da)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영어 스펠링이 다르더라. 가끔씩 ‘따라한 거 아니냐’는 댓글도 있던데 정말 몰랐다.”
Q. 보이원더의 랩 스타일을 설명해달라.
“빠른 랩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대신 독특한 플로우를 추구하는 편이다. 또 캐치하고 신선한 가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요즘 랩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스타일이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최대한 신선한 걸 보여주고 싶다.”
Q. 롤모델 혹은 좋아하는 래퍼가 있나.
“빅션을 좋아 한다. 유명한 모자 브랜드 관련 영상을 통해 처음 그의 음악을 접했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좋았고,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땐 빅션이 완전 무명이었는데, 두 달 정도지난 뒤 칸예웨스트와 계약하더라.”
한국 래퍼 중에서는 마스터우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추구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오케이션, 제이통, 이센스 노래도 자주 듣는다. 제이통 형은 진짜 미친 것 같다. 완전 좋다. 오케이션은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행보가 멋지다. 이센스는 그냥 최고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또 일본 뮤지션 테리야키 보이즈의 신선한 플로우도 흡수하고 싶다.”
Q. 아직 정식 음원으로 발표한 곡이 많지 않다.
“3년 전 한국에 왔다. 1년 정도 적응 기간을 보낸 뒤 지금 회사(그랜드라인)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보려고 했는데, 작년에 건강이 좋지 않아 1년을 통째로 날렸다. 그래서 올해가 되어서야 곡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첫 싱글이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1년간 쉬면서 너무 힘들었고, 일단 빨리 뭐라도 하고 싶어 후다닥 만들어서 발표했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후회도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웃음).
어쨌든 곡에 대해 설명하자면, ‘보이원더가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다. 신선한 랩을 하는 래퍼가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했다.“
Q.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 ‘nigga’를 가사에 넣은 이유는 뭔가.
“미국에서는 친구들끼리 흔히 쓴다. 일종의 친근감의 표현이다. 백인이 흑인에게 쓰기도 한다. 물론 모르는 사이라면 큰일이지만, 친하면 상관없다. 10년 이상을 미국에서 살아서 문제가 될 거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Q. 앨범 커버에서 눈을 뒤집어 깐 이유는 뭔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다가 찍은 사진이다. 나중에 앨범 커버로 쓸 사진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그냥 웃긴 사진을 골랐다. (웃음).”
“‘연결고리’ 같은 스타일의 곡이 유행할 때였는데,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 걸 알았다. 그래도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의 곡이다. 곡을 처음 듣자마자 자메즈 형이 떠올랐고, 피처링을 수락해준 덕분에 같이 작업하게 됐다.”
Q. 이 곡의 앨범 커버도 꽤 독특하다.
“그냥 호랑이를 그려 넣으면 뻔하고 재미없지 않나. 호랑이 무늬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으로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나중에는 친할머니 얼굴을 앨범 커버로 해보고 싶다. 굉장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아마 할머니도 동의하실거다. 내가 워낙 독특한걸 아시니까. (웃음).”
Q. 알면 알수록 독특한 사람 같다.
“원래 독특한 걸 좋아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정말 진지하다. 술도 잘 안 마신다. 창의적인 일을 할 때만 뇌 뚜껑을 완전히 열고 잡다한 생각을 하는 거다.”
Q. 신곡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2곡 정도 준비 중이고, 싱글로 낼 계획이다. 아마 완성도적인 측면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곡들 보다 훨씬 좋을 거다. 또 릴보이, 테이크원 등 친한 래퍼들과 함께 컴필레이션 앨범도 발매할 예정이고, EP 앨범도 계획 중이다. 그리고나서 내년에 ‘쇼미더머니’에 나가볼까 한다.”
Q. ‘쇼미더머니’ 참가는 처음인가.
“시즌1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너무 떨었다. 내 옆에 있던 고등학생이 손을 부들부들 떠는 걸 보면서 ‘왜 저렇게 떠나’ 싶었는데, 나도 그랬다. 다행히 심사위원이었던 더블케이가 합격 스티커를 붙여줬지만, 그 다음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Q. 다시 참가하려는 이유는 뭔가.
“꼭 유명해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디스 배틀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아무 것도 안 하던 래퍼들이 ‘쇼미더머니’에서 잘 되면 빵 하고 뜨는 분위기다.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당장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잘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출연을 계기로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질 것 같기도 하다.”
Q. 공연도 자주 하는 편인가.
“예전에는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자주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그 보다 내가 더 멋진 노래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 스스로 만족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하는 건 뭔가 억지 같다.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대표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나서 다시 공연을 할 예정이다.”
Q. 당장 수입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은 미국에서 타던 차를 판돈으로 살고 있다. (웃음). 빨리 잘돼야 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보고 있다. 그때 반응이 올지 안 올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다. 날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면 희열을 느낄 것 같다. 만약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즐기는 자세로 임하는 중이다. 유명해지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는 연예인들이 있는데,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Q. 보이원더에게 힙합이란.
“지금 딱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면,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게 다 힙합이다. 모든 삶의 방식을 힙합에 맞춘다. 아, 최고의 취미이자 장난감이라는 표현도 재밌겠다. 앞으로 열심히 재밌게 장난감을 만들겠다.”
Q. 다음 래퍼를 추천해 달라.
“자메즈 형으로 하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이고, 곧 신곡을 낼 예정이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