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더블루케이는 장애인 펜싱 선수팀 에이전트 명목으로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선수들은 계약 당시 에이전트 존재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 문체부 산하기관에 에이전트 활성화 공문...더블루케이 일감 딴 배경 의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9월8일 각 산하 기관에 장애인실업팀 창단을 독려하며 '스포츠 대리인(Agent)'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문체부 산하 장애인체육과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우리 부에서는 장애인 체육 선수들의 안정적 훈련여건 마련 및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우수 성적 거양을 위해 우리 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선도적으로 장애인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어 "향후 정부에서는 장애인 체육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프로팀 뿐만 아니라 아마츄어팀 창단 시에도 전문 스포츠 대리인(Agent) 제도를 활성화해 나갈 방침이니 적극 활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문체부가 장애인 실업팀 창단에 에이전트를 끼라고 구체적으로 권한 것이다.
더블루케이는 문체부 공문이 내려간 지 몇개월 뒤인 지난 1월과 2월 한국과 독일에서 각각 세워졌다. 두 회사 모두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졌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문체부 요청에 따라 장애인 펜싱팀 창단을 추진하던 중 만들어진지 불과 몇개월 안된 더블루케이와 지난 5월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가 왜 신생업체인 더블루케이와 계약을 맺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 담당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더블루케이를 어디에서 소개받았느냐는 질문에 "당시 서로 익명으로 작업해서 누가 소개해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해 의혹을 키웠다.
이 담당자는 "올해 2~3월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준비하고 알아보던 중에 누군가의 소개로 더블루케이로부터 각종 정보를 얻어 도움을 받았고, 계약도 체결하게 됐다"면서도 "소개해준 사람은 서로 익명으로 일을 해서 이름을 모른다"고 말했다.
◇ 장애인 선수들은 더블루케이 존재도 모르고 계약
게다가 정작 장애인 펜싱 선수들은 에이전트의 존재도 모르고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선수들은 그랜드코리아레저와 계약을 맺을 당시에 더블루케이라는 에이전트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얘기했다"며 "추후 팀이 창단된 이후에야 에이전트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의 역할도 분명치 않다. 더블루케이는 선수들의 훈련 및 대회 참가 계획을 세워주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통상 감독과 코치가 하는 일이다.
결국 그랜드코리아레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이 언론에서 불거진 직후인 지난 8월2일자로 더블루케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선수들에게 스카우팅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총 6천만원의 돈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지난 5월 23일 강남의 한 은행에서 선수들 이름으로 세 개의 통장이 만들어져 각 2천만원씩 입금됐지만, 해당 통장의 한 달간의 사용 내역은 국회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문체부가 공문을 통해 장애인 실업팀에 '에이전트'를 끼라고 하면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를 우회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장애인에게 지급됐다는 수천 만원의 돈도 사용처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송 의원은 "최순실씨가 더블루케이 독일 법인을 만들어 딸 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려 했고, K스포츠재단 직원들도 더블루케이에서 일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국정조사를 통해서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