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19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룹 정책본부 임원과 계열사 사장, 법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2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총수 일가가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을 통해 저지른 범죄 금액은 2791억 원으로 조사됐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를 통해 밝혀진 전체 범죄 금액만 5400억 원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총수 일가 5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기고, 수천억 원대 범죄 금액을 적발한 것을 이번 수사의 성과로 꼽고 있지만, 수사 초반부터 되짚어보면 검찰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롯데 수사는 지난해 말 취임한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에서 이뤄진 첫 대기업 사정 수사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전방위 수사를 받는 첫 사례이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수사관 240여명을 동원해 총수 일가의 자택과 롯데그룹 본사 및 계열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에는 특수부 3개 부서의 최정예 특수통 검사 20여명이 투입됐다.
특히 역대 정부에서 줄곧 퇴짜를 맞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건축 승인이 난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비리 의혹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이 한때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이런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충분한 내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본류를 겨냥하다보니 변죽만 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검찰은 신 회장과 핵심 계열사 사장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발부된 것은 3명 뿐이었다.
롯데의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2인자' 고 이인원 부회장이 지난 8월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는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이 부회장의 진술을 타고 신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건설과 대홍기획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일부 드러나긴 했지만,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핵심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가 겉돌면서 검찰은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를 뒤지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기업 수사에서 탈세 수사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정설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해에도 사실상 '빈손 수사'를 했다. 자원개발 비리와 포스코그룹 수사에 수개월 동안 공들였지만 당초 목표했던 수사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충분히 내사하지 않은 단계에서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하명' 수사를 벌인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면서 혐의 입증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