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싹쓸이 꽃게, 알고보니 한국 백화점서 고가 판매

우리나라 대형마트·백화점 등이 주 소비처

나포된 중국어선 (사진=인천해경 제공)
최근 중국 어선이 우리나라 해경의 고속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싹쓸이 조업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한국 공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어선들은 왜 이처럼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연근해에 어족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해까지 들어와 불법조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싹쓸이해서 잡은 고기는 확실한 소비처에 정해진 가격이 있기 때문에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불법조업을 부추기는 주요 이유다. 확실한 소비처가 바로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음식점 등이다.

◇ 정부, 중국산 생산 국내 반입 예견, 한·중 FTA 관세 인하 대상서 제외

우리 정부는 중국 어선이 우리나라 영해에서 불법으로 남획한 생선을 다시 우리나라로 수출할 것이라고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조기와 갈치, 고등어 등 불법조업이 예상되는 어종에 대해선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수출입 자유화 대상이 아닌 만큼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어민단체와 수산 전문가들은 관세율이 15% 안팎에 불과해 국내 반입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우려를 제기했었다.

더구나, 꽃게는 양허 부분감축 대상에 포함돼 관세율이 기존 14%에서 13.86%로 소폭 인하됐다.

관세율 인하폭이 매우 적기 때문에 사실상 양허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재협상 과정에서 꽃게 수입 관세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 중국이 불법 남획한 꽃게·조기가 국내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판매 '아이러니'

결국,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한.중 FTA 발효 이후에도 중국 어선의 싹쓸이 불법조업과 이를 통한 어획물의 국내 반입을 억제하는데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조기는 지난 2014년 2만5411톤에서 지난해는 2만4723톤으로 2.7%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조기 수입금액은 1억1720만 달러에서 1억1949만 달러로 오히려 2% 상승했다. 굴비용으로 쓰이는 참조기의 국내산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중국산 참조기가 비싼 가격에 수입됐기 때문이다.

또, 중국산 꽃게 수입물량은 2014년 1만3508톤에서 지난해는 1만9910톤으로 무려 47.4%나 증가했다. 더구나 수입금액은 3361만 달러에서 5748만 달러로 71%나 급등했다.

꽃게 역시 지난해 국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중국산 꽃게가 비싼 가격에 수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수입된 중국산 어종은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에서 국내산과 별 차별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초 중국산 냉동 꽃게(최상품)의 국내 도매가격은 1kg에 7천원 안팎, 소매가격은 1만5천 원 정도로 국내산 냉동 꽃게와 비교해 1~2천원 저렴한 수준이다.

노량진 도매시장 관계자는 "수입상사가 수입해오면 중도매인이 바로 받아서 전국의 소매상인과 식당, 대형마트, 백화점, 심지어는 유명 호텔에 직접 공급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꽃게가 올해 가을에 조금 많이 잡혀서 단가가 떨어져서 그렇지 지난 봄에는 중국산 냉동 꽃게도 도매가격이 1kg당 만원이 넘어갔다"며 "주로 10~11월에 중국산 냉동 꽃게가 들어오면 창고에 보관한 뒤 이듬해 봄까지 겨우내 시장에 방출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협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에서 잡은 조기와 꽃게를 가지고 가서, 절반 정도는 다시 우리나라에 수출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이 국내 영해까지 침범해서 불법으로 잡은 고기가 국내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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