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프로농구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시즌 개막을 앞둔 시기에 진행되는 일들은 비슷비슷하다.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한다. 비슷한 질문, 비슷한 답변이 오고 간다. 6강에 가겠다 혹은 챔피언결정전에 가겠다 등 해마다 반복되는 출사표는 올해도 변함없었다. 변함없는 게 또 하나 있다. 이번 시즌에도 타이틀 스폰서는 KCC다.
익숙한 풍경, 장면들을 보는 것은 여기까지다. 오는 22일 개막전이 펼쳐진다. 2016-2017 KCC 프로농구가 막을 올리는 순간부터 코트 안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상못한 팀이 초반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고 어떤 팀은 당혹스런 연패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변수를 제어하고 극복하기 위해, 더 나아가 한 시즌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10개 구단은 비시즌 내내 굵은 땀을 흘려왔다.
19일 오전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 그리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3인방은 때로는 자신만만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2016-2017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전반적으로 차분했지만 그래도 튀는 말들은 있었다. 인상적이었거나 재밌었던 말들을 묶어 정리했다.
▲"올 시즌에는 두 가지 챔피언을 꼭 하고 싶다"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는 팀은 많지 않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챔피언결정전에 꼭 가겠다고 했다. 추일승 감독의 목표는 더 명확했다. 두 가지 챔피언,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차분하게 드러냈다.
▲"낮잠 자고 있다가 그 얘기 듣고 당황했다. 부상부터 빨리 나은 다음에 그런 얘기해"
-고양 오리온 이승현
이승현은 2년 전 신인 1순위 지명을 받고 "KBL 두목이 되겠다"고 했고 2년만에 꿈을 이뤘다. 고려대 후배이자 올해 1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입단한 이종현은 그 두목을 잡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이승현의 답장이다. "내가 왜 두목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메시지를 건넸다.
▲"챔프전에 전자랜드가 오면 좋겠다. 이동거리가 가장 짧다"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
추일승 감독은 진중하지만 은근히 유머를 즐기는 감독 중 한명이다. 또 시원하다. 속내를 드러낼 때는 거침없다. 올해는 6강 후보가 아닌 챔피언결정전 후보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러한 질문이 나오면 보통 '자기' 팀은 뺀다. 가장 확신을 갖고 말한 사령탑이 추일승 감독이었다. "한팀은 분명히 알겠는데 다른 한팀은 잘 모르겠다"며 결국은 인천 전자랜드를 언급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무조건 가겠다"고 야심차게 말했다.
▲"우리 팀은 아무도 언급 안해주시네요"
-부산 kt 조동현 감독
챔피언결정전 후보를 묻는 질문에 부산 kt는 언급되지 않았다. 조동현 감독은 너스레를 떨면서 자신감도 내비쳤다. "농구 전문가들이 항상 kt를 하위권으로 예상하는데 올해는 그 예상을 뒤엎겠다"고 말했다. 프로 10년차를 맞이한 조성민도 "후배들이 플레이오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찰스 로드가 문제다. 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찰스 로드는 일본 전지훈련 도중 유재학 감독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가 "짐 싸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그런데 유재학 감독은 찰스 로드를 못믿겠단다. 몸 상태 얘기다. "본인은 시즌 전에 몸이 준비된 적이 없다, 시즌 시작하면 몸이 올라온다는데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기량이 검증된만큼 믿고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외모는 내가 젤 낫다. 이종현과 강상재는 공동 3위다"
-서울 SK 신인 최준용
서로 외모 순위를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 신인 3인방의 외모 순위를 말해달라는, 조금은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SK 최준용은 자신을 외모 순위 1위에 올려놓으면서 모비스 이종현과 전자랜드 강상재를 공동 2위도 아닌 3위에 올려놓았다. 강상재는 자신이 1등, 이종현은 최준용이 1등이라 했다. 의미없다. 코트에서 누가 더 잘할지가 더 궁금하다.
▲"우리 용병 너무 좋아서 얘기 못해요. 미안해요"
-전주 KCC 전태풍
미디어데이의 '치트키' 전태풍. 올해는 비교적 잔잔했으나 그래도 '한방'이 있었다. 함께 뛰고 싶은 타구단의 외국인선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태풍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없으니까. 안드레 에밋과 리오 라이온스가 있는데 다른 선수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에밋을 최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