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지난 5일 방송된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서 "어제쯤 돌아다니던 SNS의 콘텐츠 가운데 백남기 씨가 정말 농민이냐 하는 데 대한 게 있더라고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과연 이분이 순수한 농심을 갖고 농민을 위해서 땅을 파고 땀을 흘렸던 사람이냐"라며 "여기에 대한 순수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그걸 보고 의아해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가 언급한, 백남기 농민이 순수한 농민이 아니라 '전문 시위꾼'이라는 식의 악의적인 글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 일부 보수 사이트와 SNS 등에서 널리 유통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7일 "이 씨의 발언은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저지른 것"이라며 채널A와 이 씨의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1968년 중앙대에 입학한 뒤 학생으로서 10여 년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고인은, 1981년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내려갔으며, 1986년 가입한 가톨릭농민회원으로 평생을 살아 왔다.
민언련은 "백남기 농민은 농민이 맞다. 그리고 농민단체에 소속돼 농촌을 위해 활동했다. 평생 민주화를 위한 염원을 갖고 생활했다고 해서 그가 '순수한 농심을 갖고 농민을 위해서 땅을 파고 땀을 흘렸던 사람이냐'고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 "죽음에 관한 의혹과 억울함의 경중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날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y*****'는 채널A 돌직구쇼에 출연한 이계진 씨는 고 백남기 씨에 대한 사자명예회손으로 고발해야 되는 거 아닐런지… 운동가는 죽여도 된다는 논리인지… 정말 이 시대의 저렴함에 환멸이 드네요"라고 지적했다.
'@g*****'도 "전 아나운서였고 새누리당 전 의원이었던 이계진 씨의 막말을 보면서 나이 들어 늙음이 어른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 란에서도 이 씨의 발언을 지적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시청자는 "이계진 님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전 새누리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타인들에 의해 붙여지는 것처럼, 백남기 씨에게 농민이라는 수식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라며 "평생 순수하게 땅만 일구던 사람이냐 가끔씩만 땅을 일구던 사람이냐에 따라 죽음에 관한 의혹과 억울함의 경중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계진 님의 방송 경력에 대해 정치 입문을 위한 방편이라 평할 수도 있고, 정치 입문에 대해선 입신양명을 위한 선택이었다 평가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내가 보던 그 이계진 씨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마다 씁쓸해진다. 아주 따뜻했던 방송인으로 기억되는데"라며 "정치 경험이 있는 방송인이면 이것은 이런 문제로 틀렸고, 저것은 이래서 옳다고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면 되는데, 대부분 사안에 대한 그의 발언은 배배꼼, 비아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계진 씨는 자신이 받아보는 찌라시가 전 국민 모두가 보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특정 정치세력이 시국 대응문건을 만들어 관계인들에게 배포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찌라시 네트워크는 전국민의 0.1%도 안 될 것이라고 본다"며 "새누리당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찌라시를 백남기 씨 유족이 보리라 단정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끼리끼리 찌라시 돌려보며 '사실이 아니었으면 고발을 했을 텐데' '고발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사실이겠지' 하는 것, '고발하세요' 하는 것, 모두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