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가슴에 멍울이 잡힌다고 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나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암세포가 신체 다른 부위로 더 퍼지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했으나, 김씨 어머니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므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조금이라도 '완치'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 김씨는 의료진의 의견을 따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자식인 입장에서 어머니 생각을 무시할 수도 없어 선뜻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김씨의 마음은 답답해져만 갔다.
김씨처럼 70~80대 노모에게 유방암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9일 유방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70~80대 여성이라도 유방암 성질이 나쁘지 않고 수술을 한 후 예상되는 결과가 좋으면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2011~2015년 사이 여성 유방암 환자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70~80대 환자는 5년간 7천712명에서 1만3천181명으로 1.7배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은 70~80대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유방암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유방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으므로 평소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초기를 넘어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기 때문에 이 시기를 유심히 살피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검진을 조속히 받아야 한다.
만약 통증이나 열감이 느껴지면 벌써 유방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도 있다.
특히 노인의 경우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고 검진을 받으려는 의지가 약하므로 경과가 많이 진행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녀가 먼저 관심을 두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검사는 엑스레이 촬영을 기본으로 하고 때에 따라 초음파 검사를 동반한다. 유방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 여부 판정이 내려진다.
유방암으로 확진되면 자기공명영상(MRI)·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으로 수술 범위나 전이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노인의 경우 유방의 치밀도가 떨어져 오히려 젊은 층보다 검사에서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본적인 유방암 치료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령이라 해도 여성으로서 가슴을 상실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이므로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료기술과 의료기기의 발달로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방법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수술 후 유방의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 조직 또는 인공 진피 등을 이용한 성형수술도 발달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방암을 비롯해 대부분의 암은 재발을 막기 위한 방사선·항암치료가 실시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공포심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송정윤 강동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기존 항암제는 정상 세포를 파괴하고 독성이 누적돼 노인 환자의 경우 견디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를 통해 부작용과 후유증이 줄일 수 있어 노인 환자의 치료 성적이 많이 개선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진단부터 수술·퇴원까지 10일 내 마쳐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유방암 전문 클리닉과 다양한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유방암 관련 진단 및 기술이 발달한 만큼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