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했다던 백남기 농민 상황보고서 버젓이 존재

"파기했다"는 경찰 거짓말 들통…야당 위증 혐의 고발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경찰의 폐기했다고 주장해온 고 백남기 씨 상황보고서가 버젓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백 씨 관련 내부 문건이 "없다"고 한 이철성 경찰청장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18일 민중의소리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백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뇌출혈 증세를 보인 당시 상황을 담은 경찰 상황속보 문건을 공개했다.


제공: 민중의소리


총 26보로 구성된 문건에는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상황과 서울대병원으로 호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 중인 상황 등이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8시에 배포된 상황속보 18보에 "19시 10분 SK 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조치했다"며 처음으로 백 씨 부상 상황을 언급했다.

제공:민중의소리


밤 9시에 전파된 20보에서는 백남기 농민에 대해 47년 전남 보성 출신임을 명백히 밝히면서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며 "가족 2명(딸, 사위)가 도착해 대기하고 있고 야당의원 5명이 서울대 병원에 도착해 대기 중"이라고 적었다.

이는 당시 경찰 수뇌부가 백 씨 부상을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한 시점과 배치된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6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씨의 상황을 "9시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라고 답변했다.

지난 9월 12일 열린 백남기 청문회에서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은 "제 기억으로는 한 21시 넘어서 병원에 후송되고 난 다음에 일차적으로 응급실에서 수술이 어렵다는 그것까지는 그때 보고를 받았다" 말했다.

경찰의 거짓 해명이 탄로 나면서 현장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상황속보를 경찰이 조직적으로 은폐를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상황속보를 제출하라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 요청에 "파기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자료 사진)
뒤늦게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부에 경찰이 백씨가 쓰러진 시간대의 상황속보만 제외하고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보고서는 열람하고 파기했기 때문에 별도로 없다"면서 "법원에 제출한 상황속보는 일부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남겨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위를 조사 중이나 서울경찰청에서 형사재판용으로 제출한 당시 상황보고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경찰청 내에 존재하는 문서는 아니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 청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상황속보가 존재하는데도 제출하지 않았다면 국회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증거를 은폐한 것"이라며 "19일 안행위원들과 함께 기자회견하고 이 청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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