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대한 설명은 물론, 이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는 18일 열린 제 111회 정기노회에서 김해성 목사가 제출한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직 사임과 목사직 사직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 목사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고소 건은 김 목사의 목사직이 사직됨에 따라 다루지 않기로 했다.
김 목사의 사직을 받아들은 것은 서울남노회가 김 목사에 대한 징계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남노회 정치법제위원회는 김 목사의 신변처리를 놓고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더욱이 본 회의에서는 김 목사가 왜 사직하는지, 왜 고소됐는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순식간에 처리됐다. 일부 노회원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자리에는 김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도 참석했다. 피해여성은 이번 노회의 결정에 대해 “노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진실을 규명해 처리해야 했음에도, 고소를 기각하고 다루지 않은 것은 노회의 직무유기이자 책임회피”라고 말했다.
사직이나 면직이나 목사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은 같은 모양새이지만, 사건이 공론화된 지금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피해 여성은 “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된 이상 의문을 남겨둔 채 사직처리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사건을 진지하게 심리 규명해 더 이상의 의혹과 불필요한 억측이 나오지 않도록 명백히 밝히는 것이 성경적이고 저의 명예도 회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에게 3년의 자숙과 회복기간을 권고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대부분의 목회자 성문제에 대해 당사자가 사임/사직서를 내면, 노회는 무리없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면서 "공교회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문제 발생에 대한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지, 교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논의 없이 개인의 문제로 사직처리함으로써 교회의 책임은 사라지게 됐다”면서 "당회나 노회의 사후처리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복직 논의가 수순처럼 이어질 것이라며 김해성 목사의 복직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장총회 헌법에 따르면 자의로 사직한 목회자는 1년 뒤 노회원 2/3의 허락을 받으면 복직할 수 있다. 반면 면직 처리됐을 경우라면 3년 이후에나 복직을 청원할 수 있다.
서울남노회는 중국동포교회에 임시당회장으로 서광교회 전상건 목사를 파송해 교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회가 여전히 김 목사를 원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사실상 1년 이후 김 목사에 대한 복직청원이 이뤄질 수 있다.
"정의가 강물처럼"을 강조해온 기장 총회 안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공론화된 목회자 성범죄 사건. 그러나 여느 교단과 마찬가지로 정의로운 치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