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매셔블, 씨넷은 애플이 전기자동차 개발 인력 수백명을 해고하고 전기차 대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면서 내년 말까지 프로젝트 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20년 지문 인식으로 운전자를 인식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으로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시켰지만 테슬라처럼 직접 전기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려던 야심찬 꿈은 불과 2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애플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애플의 자동차 꿈 꺾여…자체 자율주행차 생산 포기
전기차를 직접 생산·유통까지 하면서 기존 자동차 제조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자동차 제조 업체에 라이선스 판매 등을 통해 플랫폼을 확장한 뒤 미래에 '애플카'를 생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프로젝트에 자동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으로 이루어진 1천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 최근 보도대로 수개월에 걸쳐 수백 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핵심인력과 시설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애플이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했다기 보다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현재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테스트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기존 자동차와 각종 센서, 카메라 등으로 이우러진 하드웨어 기술을 통합시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며 "실제 등장할 미래 자율주행차는 전기나 수소 등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스마트카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MS 윈도우모바일, 삼성 타이젠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처럼 자율주행을 위한 하드웨어 시스템이 구축된 자동차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선택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자동차 메이커마다 구글이나 애플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나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동차를 다양하게 내놓고 소비자들은 기호에 따라 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현재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 업체에 이 시스템을 라이선스로 공급하면서 언젠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종속성을 목도한 산업계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다임러와 BMW는 애플과의 협상이 결렬된 사례가 있다.
◇ 자동차 업계 견제 받는 애플…소프트웨어 종속 우려에 '독자개발'
애플은 자사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고급 양산차인 벤츠와 BMW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는 독일 다임러·BMW와 애플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을 공동으로 생산하는 방향을 협상했지만 운전자와 주행 정보 등 핵심 데이터 공유가 어렵다는 문제와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임러와 BMW가 지난 4월 협상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쏟는 노력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싱글 캐노피 리프트형 출입구를 갖고 있는 이 미래형 차는 2인승 쿠페 GT스포츠카로 슈퍼카의 비율을 갖고 있다. 전기모터는 최대출력 350마력, 최대토크는 38.7kgm이다. 중량은 1600kg,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4초 이하로 르노의 MULTI-SENSE 시스템과 내추럴, 스포츠, 자율주행의 3가지 주행 모드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볼보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 함께 신형 SUV 차량인 CX90를 이용한 자율주행 택시를 시험적으로 선보였다. 볼보는 내년 중에 최초로 일반도로에 자사 자율주행차량을 투입시킬 계획이다.
포드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포드의 마크 필드 CEO는 지난 9월 "단순히 자동차를 전기나 가스 추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으로는 실제 자동차가 미치는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도시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 우리는 솔루션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미래 교통수단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8월에는 중국 바이두(Baidu)와 함께 라이더 업체인 벨로다인(VELODYNE)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벨로다인의 라이다((LiDAR) 센서는 펄스 레이저광을 대기 중에 발사해 그 반사체를 이용해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로 세계 라이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GM은 올해 초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인수했다.
◇ 애플이 선택지…테슬라 인수?·파트너사 찾기?·소프트웨어 판매?
최근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은 구글과 테슬라, 애플 우버 등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과 GM, 포드, BMW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콘티넨탈과 델파이 등 자동차 부품 기술 업체들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애플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를 생산하고 본격 출시 기점인 2020년에 맞춰 구글이나 테슬라, 자동차 메이커들과 동등한 경쟁을 하기에는 시간적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영국 명품 스포츠카 브랜드인 멕라렌 인수나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이자 BMW 5시리즈 위탁 생산을 맡고 있는 마그나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위탁생산을 검토했지만 프로젝트 방향이 꺾이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특히 현재의 모바일 생태계처럼 소프트웨어를 통한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자동차 제조업체와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이 가져가는 이익은 극히 적을 것이라는 우려는자동차 업계의 IT 전문 기업의 플랫폼 선택하는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모바일과 연동시키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애플의 '카플레이(Car Play)'와 자동차를 완전히 지배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 에릭 폴 데니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브랜드는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자동차 업계가 이러한 품질 문제를 타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턴팅 기업인 매킨지는 2030년 자동차 시장이 6조7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을 시작한 애플은 2020년 마치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자동차 업계를 혁신시킬 꿈을 꿨지만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과거 인수협상에 나섰던 테슬라 모터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브랜드 제고에 성공한 테슬라가 쉽게 애플에 매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2017년 말까지 자율주행 플랫폼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내부 임원들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는 프로젝트 '타이탄' 부서에 자율주행 기술 가능성과 사업계획을 확정 지으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내년 말쯤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 전략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은 아이폰이 탄생한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포스트 아이폰'이 베일을 성공적으로 벗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