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농삿일…수사 시작되자 이자 합쳐 모두 변제
지적장애인인 동네 후배에게 1년에 100만∼200만 남짓만 주고 13년 동안 머슴처럼 농사일을 시켜온 마을 이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이장은 피해자를 속여 장애인 수당 등 8천600여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18일 지적 장애인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막노동을 시키고, 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 수당 등을 챙긴 혐의(준사기)로 A(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을 이장인 A씨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동네 후배 B(57)씨에게 1년에 100만∼250만 원의 임금만 주고 자신의 방울토마토 재배 하우스 등에서 일을 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쉬는 날 없이 토마토 하우스와 배추밭 등지에서 하루종일 일을 시키고 13년 동안 B씨에게 지급한 임금은 2천740여만이 전부였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A씨는 2011년부터 8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장애인 수당과 생계·주거 급여 등 8천6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돈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고 속여 예금통장과 도장을 건네받아 B씨를 은행에 데려가 자신이 출금 전표를 직접 작성해 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하고 간단한 셈도 할 줄 모를 정도로 심한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A씨의 초등학교 후배인 B씨는 1985년 충주댐 건설로 고향 집이 수몰되자 A씨 집에서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으며, 20여 년 전 부인이 가출한 뒤 혼자 생활해왔다.
B씨는 집에서 잠자는 시간만 빼고 일과 식사 등으로 대부분 시간을 B씨 집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B씨를 폭행하거나 학대행위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A씨는 B씨에게서 편취한 돈 중 2천500만 원은 5년 전 갚았으며, 최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나머지 돈도 원금에 이자까지 합쳐 모두 변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돈을 편취한 것 말고 폭행 등은 하지 않았으며 식사도 잘 챙겨줬다"며 "학대행위가 없었고 편취 금액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를 인척에게 넘겨 A씨와 격리 조치했으며, A씨의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위반 부분은 고용노동부에 넘겨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