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감독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와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4-5 석패를 지켜봐야 했다.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던 넥센은 4위 LG에 1승3패로 시리즈를 내주며 올해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염 감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며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기를 1년 남겼으나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지난 2012시즌 뒤 김시진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이듬해 구단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현대를 흡수, 창단해 2008년부터 1군에 합류한 히어로즈의 첫 가을야구였다.
염 감독은 2014년 정규리그 2위로 팀의 창단 첫 PO 직행은 물론 한국시리즈(SK) 진출까지 견인했다. 비록 최강 삼성에 밀렸지만 첫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과 올해 준PO에 진출하는 등 4년 연속 팀의 PS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중반부터 염 감독은 구단과 갈등설이 불거졌다. 급기야는 수도권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에 염 감독은 최근 "자꾸만 나를 흔들면 다 놓고 떠나겠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준PO 4차전 뒤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염 감독의 향후 거취에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만약 소문대로 이적한다면 염 감독은 시즌 중 넥센 구단을 흔들 루머에 휩싸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런 관측에 대해 부인했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4년 동안 앞만 보면서 달려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휴식을 취할 뜻을 밝혔다.
이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염 감독은 "모 구단으로 간다고 사전에 합의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 쉬고 싶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또 "아마추어 야구에서 비디오 분석 등이 그동안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분야에서 한국 야구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넌지시 향후 계획을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야구단 프런트를 거쳐 사령탑까지 입지전적인 과정을 밟아온 염경엽 감독. 그가 이뤄낼 야구에 대한 열정은 일단 이보 전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