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번트 전략이 말해주는 'LG-넥센의 처지'

양상문 "초반 번트 없다"

양상문 LG(왼쪽), 염경엽 넥센 감독(자료사진=각 구단)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LG의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17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은 선취점을 위한 초반 번트 등 작전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올해 가을야구는 선취점=승리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LG와 KIA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 2차전부터 준PO 1~3차전까지 먼저 득점하는 팀이 경기에서도 웃었다. 선취점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양상문 LG 감독은 초반 작전에 대해 짐짓 고개를 저었다. 양 감독은 "1번 타자가 출루하면 2번이 번트를 대야 한다는 건데 1사 2루 이후 득점 확률이 20% 정도"라고 말했다. 어지간해서는 초반 작전을 걸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 선발 스캇 맥그레거가 압도적인 투수가 아닌 까닭도 있다. 맥그레거는 지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올해 성적도 6승3패 평균자책점(ERA) 5.20이다. 강공으로 해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현재 우리 타선이면 맥그레거에게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LG는 2승1패로 시리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1승만 더하면 NC가 선착한 PO에 진출한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만큼 선취점이나 작전에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다.


▲염경엽 "기회 오면 적극 시도"

반면 염경엽 넥센 감독은 초반 기회가 오면 작전을 펼칠 뜻을 밝혔다. 1승2패로 몰린 만큼 절박한 상황에 일단 선취점이 중요한 넥센이다.

여기에 상대 선발 류제국이 강한 이유도 있다. 류제국은 9월 4승무패 ERA 1.99의 맹위를 떨쳤고, KIA와 WC 결정 2차전에서도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가을 들어 언터쳐블 수준이다.

염 감독은 "류제국은 현재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연타가 쉽지 않은 만큼 상황에 따라 작전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제국은 올해 넥센에 3승1패 ERA 2.28의 호성적을 거뒀다.

류제국 공략의 관건으로는 카운트 싸움을 꼽았다. 염 감독은 "류제국은 구위가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바깥쪽 공 1~2개를 넣었다 뺄 정도로 제구가 좋고 다양한 구질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타자들이 얼마나 류제국의 바깥쪽 볼에 방망이를 참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LG가 홈에서 기분좋은 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낼 것인가, 넥센이 기어이 시리즈를 마지막 5차전으로 몰고 갈 것인가. 양 감독은 "고척돔에 가기 싫다"고 했고, 염 감독은 "정말 고척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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