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수 전 과장은 지난 2013년 5월 청와대로부터 "최순실 측근 얘기를 들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가 노태강 체육국장과 함께 옷을 벗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과 갈등을 빚다가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노 전 국장을 지칭하면서 진 전 과장은 올해 7월 노 전 국장과 함께 공직에서 아예 사임했다.
2013년 10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된 진재수 전 과장은 이듬해 문화예술계 지인 A씨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일체 알고 싶지도 않다"며 "난 이제 이쪽으로 유배를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윗선의 뜻에 의해 타의로 좌천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전 과장이 자신의 속뜻을 내비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전 과장은 또 "(문체부에 있을 때) 대통령기 승마대회를 활성화시키라는 지시사항이 있어서 그 사람을 승마장에서 2번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외에는 일체 접촉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기서 '그 사람'이란 대한승마협회 전임 전무였던 박원호(66)씨로 당시 정윤회·최순실씨 부부의 측근 행세를 하며 승마협회 '살생부'를 만들었던 장본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CBS노컷뉴스 12월 7일: [단독]정윤회 측근, 자격박탈 상태서 심판 복귀)
(CBS노컷뉴스 12월 12일: "정윤회 측근, 감사 담당 공무원 협박")
하지만 진 전 과장은 반대세력으로부터도 문제점을 두루 청취한 뒤 청와대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승마협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상관인 노태강 체육국장을 통해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8월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수첩을 꺼내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사실상 좌천인사를 지시했다.
한달 뒤 문체부 소속기관인 한예종으로 좌천됐을 때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았던 진 전 과장은 지인과의 편한 자리에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진 전 과장은 또 "이쪽(한예종)으로 온 뒤에는 그 사람들이랑(박원호 전무와 문체부 직원들)은 아예 전화통화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4년 12월 승마협회 관계자 B씨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진 전 과장이 올 여름쯤 전화가 왔는데 '당시 유탄을 맞았다. 성질이 나지만 지금은 편안하게 정신수양하고 있다'라고 하더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진 전 과장이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승마협회 중요 직책을 맡았던 B씨 역시 지역협회장과 대의원들로부터 최순실씨 측근인 박 전무에 대한 좋지 못한 여론을 수렴해 당시 승마협회 회장에게 전달하려다 사퇴압력을 받고 지방으로 귀향했다.
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2013년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자 당시 상주경찰서는 이례적으로 승마협회 심판진 등 관계자를 대대적으로 조사했고, B씨 역시 경찰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