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함에서 가장 먼저 나온 구슬은 14.3%의 확률을 가진 KB스타즈의 검은색 구슬이었다. 안덕수 감독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기쁨의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과 1순위 지명권의 기쁨을 나누면서 "일본 다시 안 가도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KB스타즈의 선택은 당연히 박지수(분당경영고)였다.
박지수는 일찌감치 여자농구를 뒤흔들 재목으로 꼽혔다. 195cm 장신을 앞세워 고교 무대를 호령했고,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6월 낭트에서 열린 2016년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졌지만, 박지수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빛났다. 그런 박지수가 KB스타즈로 향했다.
KB스타즈는 박지수를 뽑기 위해 모든 준비를 했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이미 박지수의 이름이 새겨진 15번 유니폼을 준비했고, 안덕수 감독은 양복은 물론 넥타이와 양말, 속옷까지 모두 새 것을 입고 드래프트장으로 향했다.
박지수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에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한 뒤 박지수의 이름을 호명했고, 곧바로 큰 절을 하면서 박지수의 입단을 두 팔 벌려 반겼다.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박지수를 지도했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다"라면서 "당연히 우승 후보다. 국가대표도 했고, 아마 들어오자마자 제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올 시즌 만이 아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KB스타즈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아마추어 농구에 박지수 같은 재목이 없다. KB스타즈의 시대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덕수 감독도 급하지 않다. 29일 개막에 맞춰 시즌 준비는 끝낸 상황. 게다가 박지수는 청소년 대표로도 뛰어야 한다. 차근차근 팀에 녹아들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안덕수 감독은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나는 빠른 농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박지수에게 무리한 공격이나 수비를 바라지 않고, 박지수가 가진 최대한의 장점만 살리려 한다. 기존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했기에 박지수가 와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뛰는 농구보다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해주고, 따라오는 공격에서 센터 플레이를 해주면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수도 "WKBL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수비와 피딩이 장점이다. KB스타즈가 슛이 좋은 팀이니 나와 맞다. 피딩해서 빼주면 3점을 던질 수 있는 팀"이라면서 "우승의 주축이 되고 싶다. 기대가 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다. 이미 국가대표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여전히 성장 중이다. 팀 성적을 넘어 안덕수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안덕수 감독은 "인프라가 작은 한국 여자농구에서 드물게 나온 최고 선수"라면서 "부상을 안 당하도록 해 국제대회에서 한국 위상을 높이게 해주고 싶다. 그러다보면 대표팀와 KB스타즈에서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훌륭하게 키울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