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소설은 공연의 옷을 입으면서 유쾌해진다. 믿고 보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손길이 닿은 탓이다.
뮤지컬 넘버는 작품의 배경인 1930~50년대 음악을 이용했다. 흥겹게 편곡·개사하고 안무를 곁들였다.
무대를 전환해가는 과정도 기발하다. 이러한 무대 전환은 소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광경이라, 눈 여겨 보면 좋다. 파스텔 톤의 배경을 사용해 문학 작품의 색채를 잃지 않은 점 역시 칭찬할 만하다.
시대적 한계 때문인 탓도 있지만, 어찌 보면 이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은 참으로 답답하다.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 손님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서로 말 한번 직접 나눠보지 못하고, 심지어 상대에 대한 호감과 거절마저 딸 옥희를 통해 주고받는다.
점순은 짝사랑하는 '나'(자품 속 화자이자 주인공)가 감정을 몰라주자, 닭들을 괴롭힌다. 직접 말 한번 한 적 없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라는 대사로 유명한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그는 속으로는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쌀쌀맞은 인물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짝꿍'에게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점순 역으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임혜란은 "세 이야기가 자기 마음을 요즘처럼 바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 못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용기내서 늦지 않게 마음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말이 이 작품을 뚫는 메시지라며 생각한다.
그래서 '쿵짝'이라는 제목이 '짝꿍'을 거꾸로 한 게 아닐까 싶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민준호 대표는 '쿵짝'이라는 제목에 대해 일종의 주문이라 생각한다('쿵짝'이라고 말하면, 옛날 이야기가 튀어나온다는 의미)고 했지만, 짝꿍을 뒤집었다는 느낌이 작품에 더 잘 어울린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전 석 4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