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튼이 누구인가. 올해 2승1패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54를 기록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연장전까지 접어든 팽팽한 균형 속에서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브리튼의 투입을 주저했다. 결국 볼티모어는 연장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개막을 알린 장면 중 하나다.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볼티모어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것일까. 이후 미국의 가을야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불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셋업맨 앤드류 밀러는 올해 가을 5회에도 나온다. 2016시즌 70경기에서 74⅓이닝을 소화해 '1경기=1이닝' 공식을 비교적 잘 지켜왔던 밀러.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7⅔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제로. 피안타율은 0.120이다.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시카고 컵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은 올해 가을에 벌써 2번이나 8회 등판을 했다. 결과는 블론세이브 2회. 2번 모두 이닝이 시작할 때가 아니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1경기=1이닝'이 익숙한 미국에서도 미디어는 채프먼의 8회 등판 자체를 두고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을 비판하지 않는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6개를 맡길 생각이었다면 왜 8회가 시작할 때 등판시키지 않았냐고 비판한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젠슨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전에서 4-3으로 쫓긴 7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해 2⅓이닝을 실점없이 막았다.
마지막 ⅔이닝은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맡았다.
이처럼 불펜 전쟁이 치열하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가 이닝을 책임진 비율을 44%를 상회한다. 연장전 승부가 포함된 결과이지만 선발투수가 5회를 책임지고 최대한 길게 끌고간다는 논리는 더이상 없다.
불펜 에이스들의 조기 투입이 늘어가고 있다. 양대리그 디비전시리즈의 경우 불펜의 기록은 평균자책점 2.3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8이었다. 지난 시즌 3.41-1.10보다 크게 나아졌다. 강력한 불펜 투수를 승부처에 조기 투입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매년 가을 불펜 총력전이 펼쳐진다. 그런데 올해처럼 포스트시즌 초반부터 파격적인 운영이 계속된 해는 없었다.
LA 다저스는 한술 더 떠서 클레이튼 커쇼의 2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10월8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전 5이닝, 10월11일 워싱턴전 6⅔이닝 그리고 10월13일 워싱턴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⅔이닝, 7개의 투구수를 소화한 커쇼.
그는 17일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의 선발투수였다. "나는 괜찮다"며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겠다고 눈빛을 불태운 커쇼를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외면하지 않았다. 2일 휴식 후 등판.
커쇼는 7이닝동안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쳐 LA 다저스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비정상'처럼 보이는 올해 포스트시즌의 마운드 운영, 커쇼도 '비정상'처럼 보이는 결과를 낸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3승6패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하는 등 가을만 되면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커쇼가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친 것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7회가 고비였다.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6회 이후 평균자책점이 무려 28.93이다. 3일만에 등판했기에 7회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커쇼는 7회를 실점없이 마무리하고 불펜투수에게 바톤을 넘겼다. 넘겨받은 투수는 마무리 젠슨이었다.
3일 전 51개의 공을 뿌렸던 젠슨은 마지막 2이닝동안 탈삼진 4개를 솎아내며 퍼펙트로 막아내고 1-0 승리를 매듭지었다. 1차전 원정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로버츠 감독이 던진 초강수가 적중한 것이다.
파격적인 마운드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가을, LA 다저스가 그 정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