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전 장관은 이날 낮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550여 페이지를 하려면(쓰려면) 얼마나 저기 한데(힘이 드는데) 8페이지를 자르기(부각하기) 위해 책을 썼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8쪽짜리 분량의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부분을 위해 550쪽짜리 회고록을 집필했겠느냐는 해명임과 동시에 결의안 부분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대한 당혹감과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송 전 장관은 "내가 이런 것(논란)을 보려고 몇 년씩 책을 쓴 것도 아니다"면서 대화 도중에 "기가 차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송 전 장관은 "제가 얘기할수록…"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수록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회고록 논란 이후 송 전 장관이 언론에 직접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이날 연합뉴스 취재 과정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송 전 장관은 오후 연합뉴스TV와도 만나 논란에 대해 "책에 있는 내용 그대로고, 더 덧붙일 내용이 없다"면서도 "과거를 보고 미래를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썼는데 정쟁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이 주도해서 한반도 문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사람한테도,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더 할 얘기가 없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2∼4일·노무현-김정일)이 열린 지 40여 일 후 이뤄진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노무현 정부 수뇌부의 결정 과정을 소개하면서 당시 우리 정부가 '기권'을 결정하기에 앞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18일 당시 노 대통령 주재하에 열린 회의에서 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자신과 기권을 지지하는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되던 와중에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으며, 결국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김 원장의 견해를 수용,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인 송 전 장관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가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새누리당은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당시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이 다수 의견에 따라 (표결에서)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