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4일 밤 보금자리론의 자격 요건을 연말까지 강화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공고를 공사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렸다.
주택가격이 3억원 이상이면 신청이 제한되고 대출한도도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별도 제한이 없었던 소득조건은 디딤돌 대출과 같은 부부합산 6천만원 이하로 신설됐다. 대출 용도도 주택 구입 용도로만 가능하게 제한됐다.
최근 수도권 일대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고려할 때 일부 서민층을 제외하고는 보금자리론 공급을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은 주말 동안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했다.
그러나 근무일이 아닌 데다 은행 영업점도 모두 문을 닫아 마땅한 문의처도 없다 보니 갑작스러운 공고에 주택 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보금자리론을 고려 중이었던 주택 수요자들은 '곧 이용할 예정이었는데 당황스럽다', '사실상 신청 날짜가 이틀뿐인데 너무 무책임하다', '정부 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10∼30년 만기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정부 정책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정금리 및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만 가능한 게 특징이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고려하는 경우 대출금리가 시중은행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적격대출보다 낮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30∼40대 가구에 인기가 높다.
결국 보금자리론 수요는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적격대출, 변동금리 대출 등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은행권 역시 8월 말 이후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상황이라 비슷한 조건에서 보금자리론보다 최소 0.3%포인트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한 대출희망자는 "보금자리론이 막히면서 시중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더 높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내놓으면서 주택수요자 피해는 물론 정책 불확실성만 높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격강화 공지가 시행일이 임박해 나온 배경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측은 보금자리론 신청 수요가 8∼9월 들어 급격히 늘면서 긴급하게 자격제한 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예상치 못하게 신청이 몰리면서 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용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며 "연간목표치인 10조원을 이미 초과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일정 부분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자격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공급 한도를 당초 계획의 1.6배인 16조원으로 확충했지만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연말까지 쇄도하는 신청량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사는 이어 "이번 조치로 보금자리론 대상에서 제외된 고소득층이나 대환대출 고객은 은행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갑작스로운 공고에 대해 "14일 저녁에서야 자격제한 방안이 확정됐고,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공지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격제한 기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명시한 만큼 내년에는 판매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디딤돌대출 등 다른 정책성 대출상품은 19일 이후에도 예전처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