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1차전에서 넥센은 11안타를 치고도 단 1점을 내지 못했다. 0-7로 완패, 역대 포스트시즌(PS) 최다 안타 무득점 패배의 불명예를 안았다. 종전 기록을 3개나 더 경신했다. 염 감독은 "살다살다 그런 경기도 다 있다"고 살짝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염 감독이 준PO 키플레이어로 꼽았던 고종욱이 침묵했다. 1차전에서 고종욱은 4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에 그쳤다. 반면 양상문 LG 감독이 기대를 걸었던 김용의는 결승 득점과 쐐기 타점 등 3안타 3득점 2타점으로 펄펄 날아 대조를 이뤘다. 이런 활약으로 김용의가 후배들에게 한 "잘 치면 영웅, 못 쳐도 본전"이라는 조언도 화제가 됐다.
염 감독은 "아무래도 종욱이가 살아나가서 그라운드를 휘저어줘야 팀이 산다"고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종욱은 올해 LG를 상대로 15경기 타율 3할7푼9리(58타수 22안타) 1홈런 6타점 10득점 4도루로 맹활약했다. 30타수 이상 선수 중 가장 타율이 높았다.
이와 함께 염 감독은 9번 임병욱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드러냈다. 임병욱은 0-1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헨리 소사와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에 염 감독은 "사실 병욱이가 경험이 좀 있었다면 직구를 노려서 쳤어야 했다"면서 "소사가 빠른 볼 투수라 승부를 걸어올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염 감독은 "병욱이 기가 죽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하면서 "그러면서 병욱이도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을 들은 것일까. 아니면 김용의의 '영웅' 조언에 반응한 것일까. 이른바 '욱 브라더스'들이 욱했다. 넥센 히어로즈, 진짜 영웅은 따로 있다는 확실한 답이었다.
먼저 고종욱이 넥센 공격의 물꼬를 텄다. 1회 1사에서 고종욱은 LG 선발 우규민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뽑아낸 뒤 선제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하성의 살짝 빗맞은 타구가 2루수 손주인의 키를 넘어가는 것을 본 고종욱은 질풍처럼 3루까지 내달렸다. 손주인이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자 홈까지 파고들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아 김하성은 타점까지 올렸다.
3회는 임병욱의 차례였다 .선두 타자로 나선 임병욱은 우규민으로부터 1점 홈런을 뽑아냈다. 볼카운트 1-1에서 시속 139km 복판에 몰린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 아치는 올해 PS 4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홈런을 확인한 임병욱은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후 강하게 고함을 지르며 전날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짜릿한 홈런까지 날렸다.
바통은 고종욱이 이어받았다. 2사 3루에서 고종욱은 바뀐 우완 이동현으로부터 우전 안타로 서건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5-0,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은 적시타였다.
고종욱은 7회도 2루타를 뽑아내는 등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임병욱도 홈런과 볼넷의 멀티출루와 1타점 1득점으로 전날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렸다.
'욱 브라더스'의 활약을 앞세운 넥센은 선발 밴 헤켄의 역투까지 더해 5-1 승리를 거뒀다. 전날 완패를 설욕한 넥센은 5전3승제 시리즈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밴 헤켄은 7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경기 MVP까지 선정됐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16, 17일 LG의 홈인 잠실에서 3, 4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