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호의 2016년 정규리그는 아쉬움으로 가득 했다. 4년간 총액 32억원의 계약 조건으로 LG와 FA 계약을 맺었으나 타율 0.182, 1홈런, 1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즌의 절반 수준인 77경기 출전에 그쳤다. 유강남이 더 오랜 시간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가을이 되자 정상호의 존재감이 솟아오르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큰 경기 경험을 믿는다"며 정상호를 기용했고 이는 짜릿한 1-0 승리로 연결됐다. 정상호의 노련한 리드에 선발 류제국도 엄지 척.
정상호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7-0 팀 승리에 기여했다. 7회까지 안방을 지킨 뒤 휴식 차원에서 교체됐다. 자신이 출전한 포스트시즌에서 1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끈 것이다. 2차전이 끝나고 전문가들은 정상호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정상호는 14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6이닝 연속 무실점에 대한 질문에 "근본적인 것은 투수들이 했다"며 "투수가 집중해주고 (요구대로) 던지려고 노력해주니까 되는 것이지 포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가을의 반전을 쓰고 있어 마음이 홀가분한 정상호다. 그는 "정규리그 때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어 좋고 마무리를 좋은 모습으로 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LG는 이날 유강남을 주전 포수로 기용했다. 양상문 감독은 "우규민과의 궁합이 좋았다"며 유강남을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선발 출전 여부를 떠나 정상호는 늘 준비돼 있다. "어제는 어제"라며 "오늘은 우규민의 영상을 보고 넥센 타자들의 비디오도 보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반 정상호에게 포수 마스크를 맡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든든한 안방마님이 있어 가을야구가 한결 편해진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