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문제라는 인식하에 정부는 지난 2006년 6월 5일 '제 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저출산율 문제 해결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합계 출산율이 평균 1.24명에 불과할 정도로 10년이 흐른 현재까지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OECD 국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출산을 꺼리는 2,30대 여성들의 마음 속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출산? 속물 같지만 수지가 안 맞아요"
김 씨는 "출산은 절대 안 하겠다"며 출산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손가락을 펼쳐 계산을 시작했다.
"제 주위에 월 200만원 이상 버는 사람 많지 않아요. 저만해도 적게 벌땐 100만원에서, 많을 땐 200만원이에요. 그럼 평균적으로 150만원 번다고 치면요..."
김 씨는 150만원에 12달을 곱해 1800만원을 만들었다.
"한 달에 60만원으로 살아요. 나머지 다 저금한다고 쳐도, 학자금 대출 갚아야죠. 갚아서 결혼하면? 집은 융자 끼고 구할 거 아니에요. 그럼 또 그 융자 갚아야죠..."
김 씨는 손가락을 접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속물 같겠지만, 수지 타산이 안 맞아요. 감당이 안 돼요."
"당장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게 지금 현실이에요. 출산을 하면 돈은 돈대로 들고,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경력은 경력대로 단절되잖아요." 김 씨가 덧붙였다.
"가정을 꾸리는 게 주는 가치가 크다는 건 알겠는데, 가치를 이루려고 해도 돈이 없는 걸 어떡해요. 아이를 낳는다는 게 그 모든 걸 무릅쓰고 낳는다는 거예요. 도박 수준인 거죠."
김 씨는 결국 "출산은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임신 하고 입원해서도 노트북 붙들고…"
A 씨에게 비친 워킹맘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남편들은 알게 모르게 아내들에게 '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내비치고 시댁도 며느리가 아이에 집중하길 원했다.
"일단 임신을 하고 나면 회사에서는 동료한테 미안해야 하고, 집에서는 가족한테 미안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한테도 미안해해야 하더라고요"
A 씨의 직장 선배들은 산모라는 이유로 죄인이 됐다. 그는 오히려 "왜 그런 길을 가야만 하느냐"고 반문했다.
병원 간호사라는 직업 탓에 산모들을 자주 본 남 씨는 어느 날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산모가 병실에서도 노트북을 켜놓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뜩이나 심적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어 입원을 한 것이지만 그 와중에도 일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던 것.
남 씨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미래의 내 모습이 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이러한 출산 기피·부담 현상은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구한 지 갓 3개월이 됐다는 박모(29) 씨는 "혼자 관리비 내고 사는 것도 쓸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데 애기 이유식, 유모차, 장난감 등 생각하다보면 내가 굶어죽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 희망 잃은 세대에 애 낳으라고 강요만
여성가족부가 전국 5018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단 8.4%에 그쳤다.
이 중 20대와 30대의 각각 52.1%와 37.3%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다시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면 추가 출산의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음에도 각각 62.5%와 66.8%가 "없다"고 답했다.
이미 충분히 경제적 부담을 느낀 이들은 더 이상 희망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이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고민 없이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맙시다" 등의 캠페인 식의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모(26) 씨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허황된 캠페인으로 출산율을 높이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2) 씨는 본인의 회사에서는 시행조차 되지 않는다며 "출산을 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