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6. 불신,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 '불신의 힘'
7.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15분'
8.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 '광장의 왕'
9.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과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 / '이반 검열'
10. “내 정보는 이미 팔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 '삐끼ing', '금지된 장난'
11. ‘안정’이라는 질병에 대한 처방전 / '흔들리기'
12. '우리' 안에 갇힌 '우리' … 개·돼지 같구나 / '검은 열차'
13. '그때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일 / '그때 그 사람'
14. 극(極)과 극(劇) / '괴벨스 극장'
15. 그래도 행진하는 바보같은 예술을 위하여 / '바보들의 행진'
16. "털을 자르는 기준이 뭐예요?" / '검열관과 털'
17. ‘자기진술’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어떻게 가능할까? / '씨씨아이쥐케이'
(계속)
“이걸 뭐라고 부르죠?”
면접관이 ‘연필’을 집어 들고 묻는다.
“엔-삐쯔”
“우리말로 대답 하세요”
당황한 지원자는 허둥지둥 댄다.
“우리말이요? 그럼 연필? 아니면 펜슬?”
연극 '씨씨아이쥐케이'는 미군 산하 민간통신검열부대(CCIG-K)의 조선인 검열 요원들을 선발하기 위한 면접시험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가 종횡 무진하는 이 시대는 바로 미군에 의해 군사 통치가 실시되던 시기이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48년 남한 단독 정부 수립까지의 3년, 연극에서는 미군 산하에 검열 요원들이 어떻게 민간인들의 편지를 검열하고 보고했는지, 편지의 내용들은 어떠한지를 당시의 신문기사, 소설, 영상 등 각종 기록을 재구성하여 충실히 재연한다.
“해방이 되었는데 이제 일본인들도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왜 계속해서 검열을 해서 미군에 보고를 하는 거지?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무엇을 지향하든 어떠한 정부이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해방된 나라의 사람들인데.”
신수연 / 녹색연합 평화생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