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3명은 국내 투자법인 경영진으로 모두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에 J업체를 설립해 대표, 전무, 상무 등 경영진을 맡고 다단계 방식으로 해외통화 선물거래(FX마진거래) 투자금을 모아 1년 동안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금액은 약 140~150억원으로 알려졌고,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들은 지난 8월부터 경찰서에 진성서와 고소장을 내기 시작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8월 24일 진정서를, 서울 수서경찰서는 9월 13일과 이달 6일 각각 고소장과 진정서를 접수해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피살된 세 사람은 8월 16일과 19일에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 직전에 출국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한인 청부살인과는 유형이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결박돼 있고 으슥한 곳에 유기됐다는 점에서 현지 경찰은 '전형적인 청부살인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청부살인은 도심에서 사살하고 현장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유형이란 설명이다. 이들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필리핀 마닐라 외곽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으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이들이 범행 수익금을 갖고 필리핀에 입국했다가 한국에서 건너간 청부살해업자로부터 피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경찰청은 13일 필리핀 경찰의 수사를 도울 전문가 4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전문가팀은 현장감식과 범죄분석을 담당할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국제범죄수사대 경찰관 3명, 총기분석을 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박사 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담당 분야에서 12~25년 근무한 베테랑들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으로 외국에 파견된 경험이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데스크' 6명 중 5명도 현지에서 합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