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아버지 교과서 국정화 목격
-37세, "역사왜곡 바로잡는게 도리"
-40세, 국사책에 쿠데타 기술 목격
-56세 "왜곡된 역사 교육에 전율"
-65세 "교과서편향, 교육폐해 심각"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뉴스의 진실로 훅 파고드는 '훅!뉴스', 오늘도 권민철 기자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어떤 주제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권민철> 오늘은 정확히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작년 10월 12일 황우여 교육부총리의 목소리입니다.
"교육부는 오늘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정부가 직접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중, 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기준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로 그 부분이군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국정교과서 만든다 안 만든다,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던 바로 그 장면. 구시대의 유물인 국정교과서가 설마 부활할까 하는 세간의 우려, 교육부총리의 이 발표로 현실화됐고 국정교과서 제작도 실행에 옮겨졌죠. 그로부터 1년이 흘렀고, 이제 다음 달 문제의 국정교과서가 세상에 나옵니다. 오늘 훅뉴스는 국정교과서가 출생하기까지 흐름을 꿰뚫어보고, 그를 통해 어떤 교과서가 한 달 뒤 출현할지 가늠해보려 합니다.
◇ 김현정> 다음 달에 국정교과서가 '출생'한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러면 뭐 '잉태' 이야기부터 해야 자연스러울 거 같아요. 단도직입적으로, 언제 잉태했다고 보나요?
◆ 권민철> 대한민국 역사상 국정교과서가 태어난 건 딱 두 번입니다. 한번은 74년 박정희 대통령 때, 또 한 번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 때. 제가 볼 때 아버지 때의 국정화 논리가 딸 대에 그대로 투영된 거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습니까?
◆ 권민철> 이게 바로 그 근거입니다. 국정교과서가 처음 도입되던 당시 청와대 문서입니다.
◇ 김현정> 73년 6월 9일, '대통령 각하'한테 한 보고서?
"(국정) 앞으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 김현정> 표현이 똑 같지는 않지만, 단일 교과서에 의한 정신 교육, 이 측면에서는 대동소이 합니다. 이번 국정교과서의 씨가 이미 74년에 뿌려졌다고 보는 거예요?
◆ 권민철> 그렇다고 보는 거죠. 74년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서거와 함께 단계적으로 사라지다가 노무현 대통령 때에 검정교과서로 완전 대체됩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그해(2008년) 3월 26일에 출간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라는 책입니다. 뉴라이트로 잘 알려진 '교과서포럼'이 만든 책인데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전부 '자학사관'에 기초한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규정하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적 부각에 힘쓴 책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책 출간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 김현정>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아주 오래 전부터 가져온 걸 알 수 가 있네요.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이렇게 역사교과서를 안 좋게 생각했을까?
"5.16이 말하자면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는데, 그 동안 매도당하고 있던 유신…(중략)…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에요. 부모님에 대해서 잘못된 거를 하나라도 바로 잡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싶어 가지고…."(1989년 박경재의 시사토론)
◇ 김현정> 그렇다면 왜 진작, 2012년 대선 치르고 나서 바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 권민철> 교과서는 대통령이라도 직접 바꿀 수는 없습니다. 쓰는 건 역사학자들 몫이니까요. 그런데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역사교과서를 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걸 보여주는 게 바로 이 문건입니다.
◇ 김현정> 이건 뭐예요?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의 문제점과 대책'?
◆ 권민철> 대안교과서가 만들어진 지 2년 뒤인 2011년 5월 20일 뉴라이트 인사들이 개최한 토론회 자료입니다. 역사교과서의 대책 부분에 2가지 대책이 제시됐습니다. 하나는 자기들 방식의 교과서를 만들자는 것, 또 하나는 교과서검정위원회 구성원을 교체하자는 것. 그런데 결론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이 두 대책 모두 맨파워 확보의 곤란성 때문에 실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중략) 한국 근현대사 학자들을 단기간에 많이 양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김현정> 맨파워가 부족하다? 하지만 다들 기억하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학사' 교과서가 그 뒤에 다시 나오잖아요?
◆ 권민철> 2013년 8월에 나왔죠. 앞서 말씀드린 이른바 '대안교과서'와 판박이였죠.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부분도 같았고. 하지만 생생히들 기억하시겠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현장에서 채택률 0%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출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털 같은 데에서 내용을 베껴서 넣고, 그런 사실이 들통이 나기도 했잖아요?
◇ 김현정> 그래서 완전히 퇴출 됐기 때문에 그걸로 교과서논란은 끝난 줄 알았는데, 상상도 못했던 국정교과서라는 더 큰 논란이 이어진 거예요?
◆ 권민철> 그렇죠. 뉴라이트의 역사전쟁이 패했다는 관측이 많았죠. 그런데 가운데 갑자기 나온 국정교과서는 그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위력이란 무슨 위력인가요?
◆ 권민철> 국정교과서가 나오는 순간 기존에 있던 다른 교과서는 전부 용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 김현정> 그런데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해도 국정교과서 하나만이라도 잘 만들면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
◆ 권민철>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우려가 많죠. 앞서 뉴라이트에서 스스로 실토한 것처럼 '맨파워'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교과서 집필자를 구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심지어 9개월 경력의 상업교사가 집필자로 들어가기도 했고요, 품질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자, 여기까지가 국정교과서가 잉태해서 태어나기 직전까지의 과정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한 달 뒤 태어날 국정교과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지금부터는 그 부분을 살펴볼까요?
◆ 권민철> 사실 정부는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심의진 모두 공개하겠다고 지난해 이미 공언했는데,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죠.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인데, 다만 집필자 중 2사람만 구성 초반에 공개됐었죠,
◇ 김현정>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와,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요.
◆ 권민철> 맞다. 그 가운데 최 교수는 여기자 성추행 문제 등으로 사퇴했고. 따라서 집필진 가운데 존재가 확인된 사람은 신 교수 뿐인데, 신 교수가 지난해 11월 4일 이 시간에 출연해 했던 말 다시 한 번 음미해보시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하고 강력한 국가의식 아닙니까? (기존의 검정교과서에) 내 나라에 대한 의미부여가 조금 약화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네요."
◇ 김현정> 기존 교과서가 '자학사관'이라는 기존 뉴라이트의 입장과 좀 비슷하다는 거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집필자 뿐 아니라 책을 심의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부류입니다. 그 가운데 한명이 최근 이 시간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죠.
◇ 김현정> 지난주 저희가 인터뷰했던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 권민철> 그 분의 발언도 준비해 봤는데요.
이기동: 원래 그거는 근현대는 전부가 사건사입니다. 그게 소위 운동권 연표인데요.
김현정: 운동권 연표라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확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 안 하세요?
이기동: 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교과서라는 게 뭡니까? 국가 권력에 대한 대항사로서, 항쟁사로서만 현대사를 꾸민다면 애들은 계속 소위 반항심 고취가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겁니다.
◇ 김현정> 이 분이 국정교과서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분인데, 결국 이런 분들이 책을 쓰고 심의할 거라는 거죠.
◆ 권민철> 이 분들이 쓰고 있는 것은 중,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고, 초등학생용 국정교과서(사회 6-1)는 1년 먼저 올해 이미 보급됐습니다. 그런데 과거 박정희 시대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식’ 사진이 누락된 것으로 최근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 권민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니고 대한민국 수립이다는 거죠.
◇ 김현정>그러면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려 한다?
◆ 권민철> 이른바 건국절을 만드려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대목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책에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공적이 수록돼 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검토중인 역사강사 심용환 씨의 설명입니다.
"5.16 쿠데타나 10월 유신에 대해 변명조로 이야기하는 부분이거든요. 부득이했다거나, 그리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같은 문장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박정희에 대한 극단적인 미화가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도 훨씬 더 자세히 그대로 적용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 김현정> 미화가 돼 있다?
◆ 권민철> 따라서 다음 달 나올 국정교과서는 2013년 멸종된 교학사 교과서의 기존 틀은 유지하되 색깔만 어느 정도 희석시킨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국정교과서의 기나긴 출생 과정을 복기해보고, 그를 통해 다음 달 나올 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의 실루엣을 더듬어 봤는데, 교과서는 어떤 얼굴이든 국정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이상 또 다시 역사전쟁의 2막이 오를 거 같은 그런 느낌이 저는 들어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오늘 훅뉴스 통해 국정교과서 문제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권민철 기자도 수고 많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