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딸, 달포 넘긴 리포트 제출…교수는 "잘 하셨어요"

과제제출 시한 최소 두번 이상 어겼지만 특급대우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작성한 리포트. (사진=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의 이화여대 성적 자료들이 전격 공개되면서 이례적 특급대우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씨는 짜깁기 리포트 제출에 마감시간까지 수차례 넘겼지만 학점은 모두 챙겼다.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이화여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이유로 출석도 하지 않은 채 리포트만 제출하며 수강과목 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문제는 과제제출 시한을 턱없이 넘긴데다 국회의 요청으로 이대가 정씨의 학사관리 자료 제출을 준비하던 지난달 말까지도 정씨가 교수의 메일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6년 기초의류학 과목을 수강한 정씨는 달랑 리포트 2개로 해당 과목 학점을 이수했다.

담당과목 A교수는 국회에 보낸 성적 증빙 사유서를 통해 "패션 아이템 스크랩북(중간고사)과 패션 트렌드 분석 리포트(기말고사) 2개를 학기 초 지인을 통해 (정씨에게 과제로) 전달했다"며 "학기말쯤 리포트를 받아 점수를 매긴 후 돌려줬다"고 밝혔다.

또 "과제물은 1년간 보관이 원칙이지만 보통 학생들이 찾아가지 않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돌려줬다"며 점수를 준 과제물은 증거로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지난 4월15일 유라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4월25일까지 중간 리포트를 출력해 생활환경관 OOO호로 제출해 달라. 2016년 4월25일 낮 12시가 마감"이라고 공지했다.


정씨는 해당 이메일을 5월9일 오후 3시26분에 확인했다. 중간고사 리포트 제출 공지 24일만이자 과제물 마감시한이 10일 지난 뒤였다.

정씨는 또 담당 교수가 5월27일과 6월17일 보낸 포트폴리오 제출 공지 등의 이메일도 이대가 국회 제출용 자료를 준비하던 9월말까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담당 교수가 전화나 인편으로 유라씨를 특별관리했거나 제출시한이 지난 과제물도 성적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기초의류학뿐 아니라 체육학부 수업에서도 정씨는 과제물 제출 시한에 특혜를 받았다.

체육학부 B교수가 국회에 제출한 유라씨와 주고받은 메일 내역을 보면, 정씨는 6월1일에 승마자세 관련 리포트를 제출했다.

하지만 같은날 B교수는 "잘 하셨어요. 그런데 이 과목은 연속사진을 촬영해 분석하는 과목이라 시간을 내 본인의 기술을 촬영해 분석하는 게 더 좋습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또 "해볼 수 있겠지요?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라며 교수로서는 다소 과한 친절함을 보였다.

정씨가 B교수의 메일에 응답해 리포트를 다시 제출한 시점은 그로부터 한달 반 가까이 지난 7월13일이었다.

정씨는 이날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승마대회 일정 소화하느냐(하는라) 과제가 많이 늦게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B교수는 같은날 "한국은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유라 학생도 처음 맞는 방학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의 과한 친절함은 별도로 하더라도 여름방학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씨의 과제를 기다렸다 학점으로 인정해 준 셈이다.

자료를 공개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병욱 의원은 "교수들이 수업에도 나오지 않는 스무살 학생에게 극존칭을 쓰고 과제 제출 시한까지 넘겼지만 학점을 모두 챙겨줬다"며 "이 시간에도 조금이라도 학점을 더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관리 감독의 권한을 가진 교육부는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파장이 커지자 13일 오후 진상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상위원회 김혜숙 공동대표는 "학사관리는 대학교 시스템 유지의 기본"이라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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