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나오지 않고 인터넷 블로그를 그대로 베낀 조악한 내용의 리포트를 마감 한참 뒤에야 제출했으며, 교수에게 강의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라고 요구하는 당당함을 보였다.
특히 담당 교수의 친절은 일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교수는 한술 더떠 "수업 내용을 전달해주고 시험 준비를 도와줄 멘토 언니를 소개해드리겠다"고 학부 4학년생까지 동원하려했다.
정씨는 지난해 이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15학번이다. 이대가 지난해 '승마'를 입학 가능 종목에 추가해 특례 입학 의혹도 일고 있는 상태이다. 정씨는 지난해 1학기를 다니고 2학기는 휴학했다. 올해 1학기를 수료하고 2학기도 등록했다가 최근 휴학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학기중에도 학교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B이상의 높은 학점을 받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총 3개의 리포트는 정씨가 올해 1학기에 낸 것이다. ▷A4용지 3장짜리 '승마선수에게 필요한 체력요소'와 ▷6장짜리로 된 마장마술의 기술을 설명하는 리포트, ▷8장짜리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이라는 리포트 등 3개이다.
특히 이 리포트는 인터넷 네이버 블로거가 지난 2011년에 올린 마장마술 설명글과 일부 내용이 똑같은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블로거가 취미로 쓴 글을 긁어다 리포트로 만든 것이다.
정씨를 대하는 교수들의 태도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대 체육과학부 A교수는 올해 3월 29일 보낸 이메일에서 "수업 내용을 전달해주고 시험 준비를 도와줄 멘토 언니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며 학부 4학년생을 사실상 정씨의 도우미로 동원하려했다.
실제 해당 학생을 정씨에게 소개해 시험 준비를 돕게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교수는 정씨가 학기가 이미 끝난 7월 13일 방학기간에 기말과제를 제출하자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공손한' 답메일을 보냈다.
한 이메일 말미에는 스무살 학생에게 "늘 건강하시고 이 교과를 통해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며 압존법에도 맞지 않는 극존칭을 쓰기도 했다.
CBS는 해당 교수에 경위를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자료를 공개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병욱 의원은 "교수가 수업에도 나오지 않는 스무살 학생에게 극존칭을 쓰고 학부생을 동원해 시험을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며 "이 시간에도 조금이라도 학점을 더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관리 감독의 권한을 가진 교육부는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파장이 커지자 13일 오후 진상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상위원회 김혜숙 공동대표는 "학사관리는 대학교 시스템 유지의 기본"이라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