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연이어 실패한 번트 작전 때문에 속상했다. 그러나 작전 실패에도 양상문 LG 감독을 웃게 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외국인타자 히메네스다.
히메네스는 지난 11일 0의 행진이 이어지던 2차전 8회말 선두타자 박용택이 2루타를 때리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두 차례 번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히메네스는 1-2루 사이로 내야땅볼을 때려 2루주자를 3루로 보냈다.
양상문 감독은 1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히메네스가 2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한 것은 벤치의 작전이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번트를 대겠다고 자청한 것"이라고 답하며 그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자기가 번트를 대겠다고 하더라. (2구를 앞두고) 히메네스에게 스윙도 좋고 번트도 좋으니 어떻게 할지 물었는데 또 번트를 대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번트 작전은 실패했지만 히메네스는 진루타를 때려 희생번트와 똑같은 효과를 냈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면서 마치 적시타를 친 것 마냥 즐거워했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 양상문 감독은 흐뭇했다.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가 평소에 번트 연습을 많이 했고 번트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인을 달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4번타자가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번트를 자청하고 나섰던 것이다.
LG는 계속된 8회말 공격에서도 위장 스퀴즈 작전을 보기 좋게 성공시켜 1,3루 상황을 2,3루 기회로 만든 바 있다.
이처럼 LG는 단기전에서 과감한 작전과 주루 플레이를 종종 시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LG가 시즌을 치르면서 완성돼가는 느낌을 받았다. 무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큰 경기일수록 과감할수록 좋다. 안전하게 가면 승률이 떨어진다.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세밀한 작전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놓고 보면 넥센 히어로즈가 한수위라는 평가다.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 고종욱, 김하성으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타격이 좋고 주루 플레이에도 능해 넥센 작전야구의 핵심을 이루는 선수들이다.
염경엽 감독은 "1-3번 타자들이 사실상 테이블 세터"라며 "그들이 출루해야 할 게 많아진다. 단기전에서는 한 이닝에 6점씩 뽑기 어렵다. 3~4점만 뽑아도 빅 이닝이다. 우리가 빅 이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하위타선에서 출루해 1-3번 타자들이 움직이고 중심타선에서 한방이 터져야 한다"고 말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다양한 작전을 준비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다 연습했던 작전들이라 선수들에게 다시 기억을 심어준 것"이라며 "스프링캠프에서 연습했으나 시즌 때 시도하지 않았던 작전도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