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역사의 심판 받을 것"

이윤택 예술감독. (자료사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등에 나선 문화예술인 총 9473명이 이 명단에 올랐다.

블랙리스트를 청와대가 만들어 정부 부처에 내려보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정책 집행 현장에서 이를 활용해 창작지원 배제 등 정치적 검열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에 대해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예술감독은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그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을 향해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Mhz)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등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정말 판단을 다시 해 줬으면 한다. 이게 지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몇 년만 지나면 이 모든 일들이 누가 이렇게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느냐, 왜 이런 일을 했느냐 하며, 심판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 예술감독은 "당시 제가 했던 지지연설이 어떤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당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숭례문 재개관 공연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각종 지원금 제도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예창작기금 분야에서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으로 1등을 하고도 선정작에서 제외됐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게릴라극장'이 매년 받아오던 지원금을 못 받는 일 등이 이어졌다.

이 예술감독은 이러한 현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이 과거 1970년대 독재정권 시절보다 더욱 교묘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70년대에는 폭력 등의 물리적인 위해였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거다"며, 검열은 여전히 존재하고 다만 그 형태나 방식이 지원금 중단처럼 달라졌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은 죽지 않는다"며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는 젊은 연극인들이나 소극장 연극을 하는 이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버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견딤과 버팀이 훌륭한 작업으로 기록될 것이다"고 연극계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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