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전년동기대비 2.6% 늘어나 19개월만에 증가세를 보인 수출은 9월 들어 다시 5.9% 감소했다.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현대차 파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8월에만 현대차 파업으로 6만6천여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달 들어 파업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이번에는 리콜이 악재로 등장했다. 현대차의 세타2엔진을 장착한 소나타 미국 내 리콜과 국내에서의 논란, 그리고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이 악재로 등장했다.
관세청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집계한 결과 전체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8.2%나 곤두박질쳤다. 이 가운데 승용차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9%나 급감했고, 휴대폰이 포함된 무선통신기기도 31.2%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끝나면서 승용차 내수 수요가 급감하고,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노트7의 출시도 외려 악재로 전환됐다. 그나마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내수도 이제는 흔들린다.
◇ 삼성전자, 현대차의 위기 = 한국 경제의 위기
문제는 이같은 불안이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원인이 우리 경제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우리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막대하다. 두 기업의 매출액만 해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달한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만 해도 12일 현재 216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넘나든다. 코스피 5위로 떨어졌지만 현대차의 시가총액도 30조원에 이른다. 실제로 다른 기업들의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삼성전자, 현대차 주가가 떨어지면 코스피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결국 삼성과 현대로 상징되는 재벌 대기업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이를 “삼성, 현대에 몰빵한 경제구조”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거대화된 기업들이 위기를 완전히 탈출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기업이 관료화, 거대화되면서 혁신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보다 앞서서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려고 서두르다가 결국 위기를 맞았다. 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과도한 속도전에 누구하나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현대차도 하청 부품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단가 후려치기를 하면서 협력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할 여력을 주지 않았다. 원가절감에 따른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기술경쟁은 뒤처지고, 결국 일부 부품에서 치명적 결함이 발생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 대기업 몰빵 경제의 부작용은 순식간에..
재벌 대기업 위주로 경제를 꾸려온 부작용은 순식간에 닥칠 가능성이 크다. 핀란드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대표기업 노키아는 위기가 닥친 지 불과 2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됐다.
단단한 사회적 안전망과 창업열기로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핀란드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률에 빠져있는 ‘유럽의 환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하게 대기업에 기댄 결과, 향후 10년간 경제가 제자리 걸음을 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사고로 무장한 핀란드의 노키아조차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상대적으로 미비하고, 창업열기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삼성과 현대가 흔들린다면 우리 경제는 핀란드보다 더한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 현대로 인해 발생한 위기관리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이들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편해야하는 이유다. 박상인 교수는 “재벌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비대한 대기업은 분사 등의 방법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지배구조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징벌적 제재를 가하고, 자유로운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고양해 나라 전체가 몇몇 대기업에 목매는 일이 없도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작업도 시급하다.
결국, 한국에서 제조업의 혁신은 재벌 대기업 구조의 개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