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가 채팅앱에서 만난 6명의 남성에게 잇달아 성관계를 당한 일명 '하은이 사건' 이후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십대여성인권센터'와 YWCA 등 255개 시민단체들은 11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유인한 채팅앱 업체 5곳의 운영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 기자가 직접 가입한 랜덤채팅, 10초 만에 날라온 쪽지
단 10초.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성매매 알선이 판친다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내려 받아 여성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 지 10초 만에 남성 3명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은밀한 농담부터 다짜고짜 '(여기에) 정상인 사람 없냐'며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등 수법은 다양했다.
성매매 여성이나 성매수 남성을 구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1시간 동안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해 만남을 요구하는 게시글만 60여개가 올라왔다.
대화는 간결했다. 여성은 일사천리로 시간별 가격을 제시하면서 출장비를 요구했고, 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 성인인증 필요 없는 랜덤채팅…14세 소녀 "쪽지 친구하자~"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도 이런 랜덤채팅에 쉽게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가입한 랜덤채팅 앱도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2014년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182개 중 64개(35.2%)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성매매나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가출한 여중생이 랜덤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모텔에서 살해됐고, 앞서 2014년에는 지적장애를 앓던 한 소녀(당시 13세)가 채팅앱에서 만난 남성들과 원치 않는 성관계 당한 '하은이 사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 성매매 온상 된 랜덤채팅…규제 왜 안 되나?
청소년들까지 무방비로 성매매에 뛰어들 수 있는 플랫폼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대놓고 성매매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개인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지만, 앱 자체를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일이 모든 대화내용을 살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앱 자체를 규제하게 되면,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규제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짙은 앱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카톡릭대 경찰행정학과 박찬걸 교수는 "기존 법과 제도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매매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입법상의 흠결이 존재한다"며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성매매에 대한 해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송봉규 교수는 "성매매 관련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부족한 모니터링 인력을 채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가 되는 앱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