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보다 어려운 국내 대회…양궁 태극전사 줄줄이 탈락

국내 무대의 16강 문턱은 높았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전 종목을 석권한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전 세계인들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 종목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이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 어렵다. 하지만 이런 올림픽 무대보다 힘든 대회가 있다. 그것도 한국에 말이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양궁. 올림픽에서만 지금까지 23개의 메달을 따낸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국가대표 기보배(광주시청), 장혜진(LH), 최미선(광주여대), 구본찬(현대건설), 김우진(청주시청), 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 등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을 일궈냈다. 따라올 적수가 올림픽 무대에는 없었다.

그러나 국내 무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신궁'이 넘쳐나는 곳이 국내대회다. 리우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도 이런 국내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12일 충남 홍주종합운동장에서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남녀 대학부 및 일반부 개인전 경기가 열렸다. 전국에서 활 좀 쏜다는 사람들은 모두 모여있었다. 리우의 주역들 역시 우승을 위해 경기에 임했지만 전부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구본찬과 장혜진은 전날 치러진 32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사라진 상황에서 나머지 태극전사들이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지만 줄줄이 탈락의 쓴맛을 봤다.


여자 일반부 개인전에 출전한 기보배는 홍수남(청주시청)을 상대로 3세트까지 4-2로 앞서갔지만 4세트와 5세트에 패해 세트점수 4-6(27-27 27-27 29-27 26-29 27-28)으로 패했다.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은 대학부 여자 개인전에서 동료 김혜진(광주여대)에 세트점수 3-7(27-28 29-28 27-29 30-30 25-26)로 졌다.

태극낭자들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게 아니다.

양궁 세계신기록 보유자 김우진은 박종보(예천군청)에 세트점수 4-6(29-25 29-29 29 30 27-29 29-29)으로 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승윤도 김보람(두산중공업)에 덜미가 잡히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선 32강에서 구본찬을 꺾고 16강에 오른 김보람은 이승윤까지 잡아내 '리우 킬러'로 급부상했다.

익숙한 얼굴들도 여럿 보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미진(현대백화점)은 기보배의 바로 옆 사로에서 16강전을 치렀다. 남자 일반부에는 올림픽 2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에 빛나는 임동현(청주시청)이 있었다. 두 선수는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신중하게 활시위를 당겼지만 각각 16강,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신·구 태극전사들이 대거 참가한 전국체전. 하지만 역시 올림픽보다 국내 대회의 벽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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