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틀린' 슈틸리케 감독, 남 탓으로 돌린 패배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었습니다."

이란 원정에서의 0-1 패배. 아직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이란 원정임을 감안하면 썩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스코어는 1골 차 승부였지만, 경기 내용은 그야말로 완패였다. 공격도, 수비도 이란에 밀렸다. 이란 원정이라는 핑계는 진짜 핑계에 불과한 경기력이었다.

더 큰 문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과 태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원정 경기에서 이란에 0-1로 패한 뒤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선수 기용까지 권한을 가진다.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많은 감독들이 패한 뒤 선수를 탓하지 않는 이유다. 아무리 정상급 선수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벤치에 앉힐 수 있다. 또 경기 중에도 3명에 한정되지만,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감독이 패배의 탓을 선수에게 돌렸다.

소리아는 카타르 귀화 선수다. 우루과이 리그를 거쳐 2004년부터 줄곧 카타르에서 뛰었다. 분명 좋은 선수지만, 예전 한국 수비수들이 못 막았던 선수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김신욱(전북)이라는 스트라이커를 이란에 데려갔다. 또 손흥민(토트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라는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 자원도 보유했다.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손흥민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 1위 공격수다. 경력이나 실력에서 절대 소리아에 뒤지는 공격수들이 아니다. 또 K리그에도 능력 있는 공격수들이 많다.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의 발언이 아쉽기만 하다. 손흥민도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새다. 카타르, 이란과 3~4차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의 태도를 지적했다. 대표팀에서의 돌출 행동이었으니 가능한 발언이었지만,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소속팀 감독과 마찰 문제까지 굳이 꺼냈다.

선수단 운영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해외파에 기대고 있다. K리그 클래식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선수들을 봤고, 또 뽑기도 했다. 하지만 중용하지는 않았다. 오재석(감바 오사카)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 황희찬(잘츠부르크)과 고광민(서울)도, 대체 선수로 합류한 김민혁(사간 도스)도 처음이다. 기량이나 경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종예선은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무대가 아니다. 약팀들과 만나는 2차예선처럼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은 만만한 팀이 없다"고 직접 말하기까지 했다. 성적을 내야 월드컵으로 갈 수 있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어라는 명목 아래 몇몇 선수들을 제 포지션이 아닌 자리에 세웠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경기를 한 셈이다.

유소년 시스템을 운운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다. 최종예선은 성적이 우선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기적인 문제인데 지금은 단기적으로 월드컵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면 어렵다"고 말했다. 분명 지난 2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최종예선의 슈틸리케 감독의 수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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