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이는 어차피 점수를 안줄 것이고 나만 점수를 안주면 해볼만하겠다 싶었다"
LG 트윈스의 캡틴마저도 긴장한 승부였다. 류제국은 1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최종 2차전에서 선발등판 후 3회까지 긴장감을 떨쳐내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류제국은 "3회까지는 KIA의 응원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다. 부담이 많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마냥 긴장한채로 경기를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이기면 준플레이오프로, 지면 집으로 가야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류제국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류제국은 8이닝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KIA 타선을 점수없이 묶었다. 몸 맞는 공이 3개나 나왔고 볼넷도 3개로 많았지만 6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달리는 등 안타를 1개밖에 맞지 않는 놀라운 호투를 선보였다.
LG는 9회말 김용의가 때린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KIA를 1-0으로 눌렀다. 류제국은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그가 승리의 기회를 마련해줬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었다. 데일리 MVP는 류제국의 몫이었다.
긴장감을 이겨낸 계기는 무엇일까.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역할이 컸다. 양상문 LG 감독은 경기 전 "최근 컨디션이 좋았고 류제국과도 잘 맞았다. 오늘 중요한 경기라서 큰 경기 경험을 기대한다"며 정상호를 주전 포수로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효과가 컸다.
류제국은 4회초 마운드에서 정상호와 얘기를 나누다 서로 웃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류제국은 "(정)상호 형이 커터를 주문하는데 오늘따라 왜 그런지 가운데로 몰렸다. 상호 형이 큰 거 맞지 않게 밖으로 빼라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형 나도 아는데 공이 안간다'고 말했다. 그때 서로 웃었다. 거기서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도 긴장감 속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게 만든 이유였다. 양현종과의 자존심 대결이 그 배경이었다.
류제국은 "양현종 선수에게 한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은 어떻게든 이겨보고 싶었다. 내가 점수를 주면 안될 것 같았다. 현종이는 점수를 안줄 것이고 나만 안주면 해볼만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LG는 준플레이오프로 간다. 오는 13일 서울 고척돔에서 3위 넥센 히어로즈와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류제국은 와일드카드전 통과가 자신감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어제는 후배들이 흥분하면서 긴장도 같이 하니까 힘들어했다. 오늘 이겨 다행이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긴장하기보다는 즐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