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본격적인 국회 예산시즌을 앞두고, 각 상임위나 예결위의 공식 경로를 거치지 않은 쪽지예산은 모두 부정청탁으로 보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사항으로 판단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앞선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송언석 2차관은 "예산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부정청탁을 받으면서 반드시 신고를 해야하는데 매번 공익목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공무원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도 "쪽지예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이것이 공익목적인지 아니면 부정청탁인지 판단할 수 능력이 없다"며 "비공식적인 쪽지 전달은 그냥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능하면 막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기재부는 김영란법에 따라 최초로 비공식적 경로로 쪽지예산 요청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부정청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거절하고, 2차례 이상 반복되면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앞서 권익위는 김영란법 제5조 3항을 근거로 "쪽지예산은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놨다. 국회에서도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내세워 기재부의 방침이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 법에는 예산편성과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앞으로 관련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기재부가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은 예산요구는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기로 한 만큼, 힘 있는 실세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예산 끼워넣기 관행에는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