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257조원의 재앙,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진=자료사진)
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값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천만원을 넘어섰다. 또 분양권에 수천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서초구 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올해 서울지역 최고치인 306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뛰어 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서울 지역 전체 집값을 밀어 올리면서 9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35%로 10년래 최대 주간 상승 폭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발 부동산 과열 양상은 이제는 강북과 신도시를 넘어 수도권 집값 마저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갑작스런 부동산 과열 양상은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이 발표한 '8·25 대책'은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8·25 대책'이 정작 아파트 공급 축소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낳으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과 청약 시장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가계 부채를 잡겠다는 대책이 엉뚱하게도 시장에 부동산 부양책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주면서 부동산 과열을 촉발시킨 셈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 과열 양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는 듯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가격 급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10일 수도권과 전국 평균 집값 상승 폭의 양극화를 거론하며 '8·25 대책'과 부동산 과열 양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나타나는 부동산 과열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인위적인 총량관리로 가계부채를 억제하게 되면 경제전반에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 Loan To Value ratio)의 환원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총재도 지난 4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가계부채가 늘긴 했지만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11일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정부의 허술한 가계부채 대책을 질타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가계부채 대책을 세우라고 했더니 담보물인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대책을 세웠다"고 비판했고,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과열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빚내서 집사라' 정책은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빚더미에 앉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경환 전 경제팀이 들어선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 Loan To Value ratio),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완화 등 적극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가계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금리 정책이 소비를 진작시키기는 커녕 부동산 가격만 부추기면서 가계부채를 더 늘린 것이다.

올 2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1257조 3천억원으로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400조 7천억원) 의 3배가 넘는 것이자 가구당 평균 6428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 마지막 해인 2012년말 963조 8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294조원이 폭등했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의 665조 3천억원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9년동안 가계 부채가 591조원 급증한 것이다.

이같은 부채규모는 이미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뿐만 아니라 이자부담까지 더하면 가계부채 시한폭탄은 가히 재앙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당장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정책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한국 경제의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무려 1257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결국 다음 정권에 재앙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일 정부가 경기부양만을 위해 지금의 부동산 과열 현상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LTV, DTI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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