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안에 대해 자정노력은 고사하고 도를 넘은 제 식구 감싸기가 밝혀지면서 수은의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 문제가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3조원대의 대출사기를 벌인 모뉴엘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징계 대상자로 통보한 수은 임직원은 57명이었다. 그러나 이중 실제 징계를 받은 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처분은 1명 뿐이었으며,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이 각각 2명이었다.
나머지는 직원 중 11명은 주의촉구, 임원 2명을 포함한 30명은 경고에 그쳤다. 퇴직한 임직원 9명에 대해서는 아예 징계조치가 없었다.
2014년말 실체가 드러난 모뉴엘 사태는 가전업체 모뉴엘이 허위 수출 채권을 이용해 시중은행으로부터 3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사기를 벌인 사건이다. 수은은 1000억원대의 대출손실을 입었다
앞서 지난 6월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난 성동조선해양 사건과 관련한 징계도 솜방망이이긴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은 관련자 4명을 경징계 이상 처분하라고 요구했지만 수출입은행은 주의촉구를 하는 것에 그쳤다.
박의원은 이처럼 수출입은행이 비위 직원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은 수은의 징계 기준이 공무원보다 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 공무원은 최소 강등 조치를 받아햐 하지만, 수은은 정직 처분에 그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더구나 수은은 지난해 1월 개정된 기재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 지침에 따라 회의록을 보존해야 하지만 징계와 관련된 위원회 회의록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수은의 한 전직 임원은 "대출규모가 큰 여신 관련 직원 비위의 경우 대부분 윗선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징계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박영선 의원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모뉴엘의 수출서류 위조가 계속됐고 행장의 비서실장도 구속됐는데, 행장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었느냐?"며 "솜방망이 처분을 한 행장도 징계 대상이 돼야 하고, 사기사건 연루자에 대해서는 다시 징계처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