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개헌 엇박자’ 왜…정진석(黨) 점화, 김재원(靑) 제동

국감·경제위기 속 '정략적 개헌' 역풍 우려 ‘속도 조절’

여권에서 여당이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改憲)을 물밑에서 제기하면 청와대가 부인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여당 일각의 개헌론에 대해 ‘시기상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개헌 취지에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메시지도 아니어서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당 안팎에선 오히려 청와대가 ‘여당 발(發) 개헌론’에 적극 반대하지 않거나 내심 방관하면서 공식 이슈로 띄울만한 적기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전 대표의 지난 2014년 ‘분권형 개헌’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을 때와는 기류가 바뀌었다는 반응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개헌 특위’ 구성 가능성으로 운을 띄우더니, 이날 다시 간담회를 자청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개헌 논의 출발을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에 대해 내놓은 반응으로 박 대통령과 여당이 각자 개헌을 추진하는 투트랙 구상까지 덧붙였다.


김 수석은 일단 여당의 요구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분명한 방침”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개인적 견해’라고 못 박았다. “자꾸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여당에) 전달하는 것이 필요할지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개헌론의 불을 지폈다가 찬물을 끼얹는 방식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속내를 숨기고 여론을 떠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하더니,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의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지금 우리 상황이 블랙홀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는 여유 있는 상황인가"라며 개헌론을 일축했다.

이후 최 의원은 지난 4‧13총선 직전 다시 “이번 총선이 끝나고 다음 대선이 가까워지면 ‘87년 체제’, 지금의 대통령제가 지속가능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 직후 박 대통령은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며 재차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민생과 거리가 있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꺼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에 대한 김 수석의 반응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 원내대표 입장에선 여야가 개헌 논의에 착수하면 협상 당사자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쥐려 하는 반면, 청와대는 국정감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개헌을 성급하게 띄웠다가 미르·K스포츠재단 비선실세 개입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백남기 농민 부검 논란 등 누적된 악재를 털기 위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친박계가 개헌을 원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박(眞朴‧진실한 친박)’이란 별칭이 붙은 정종섭 의원이 꾸준히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등 징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청와대의 ‘개헌 거리두기’ 방침과 무관하게 11월 개헌 세미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친박이 원하는 권력구조는 의원내각제가 가미된 이원집정부제로 알려졌다. 대통령을 현행 직선제로 선출해 외치를 맡기되,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정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반기문 대통령-실권형 친박 총리’ 구상을 실행에 옮기면서 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 원내 다수 계파인 친박계가 의회권력을 이어가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실제 개헌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아직 다수다. 총론에서 개헌에 ‘찬성’인 의원 숫자는 이미 개헌정족수(재적의원 2/3)를 넘어섰지만, 각론에 이르면 각 정파가 원하는 권력구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친박계와 달리 여권의 비박계는 의원내각제(김무성), 4년 중임제(유승민) 등으로 분열돼 있다. 야권에선 지지 기반이 강한 세력(문재인)이 개헌보다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반면, 비주류(김종인) 측에서 내각제를 염두에 둔 ‘제3지대론’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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