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은 발화 사고가 처음 발생했을 때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에서도 발화 보고가 잇따라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250만대에 이르는 구형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리콜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배터리 설계상의 문제가 아닌 제조상의 문제로 발화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문제의 배터리를 제조한 관계 회사로부터 제품 조달을 중단하고 전량 중국 ATL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그러나 9월 하순부터 글로벌 시장에 공급된 새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삼성전자의 '원인 진단'이 잘 못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옛 제품의 경우 배터리 안의 분리막에 문제가 생겨 음극과 양극의 접촉이 생기며 불이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었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양극과 음극이 분리돼 있는데, 분리막이 훼손되면 두 극이 맞닿으면서 과전류가 흐르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탈착형 배터리 대신 변형이 가능한 파우치(pouch)형 내장 배터리를 쓰면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으며 방진·방수 설계도 가능해 디자인상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충격 등 외부 충격이나 발열 등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이를 감안한 스마트폰 설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일체형 스마트폰으로 설계를 바꾸면서 이런 위험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성능 향상에만 심혈을 기울이다가 문제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는 전작 3천mAh에서 3천500mAh로 용량을 높여 소비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였던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리는데 성공했다. 또 고속충전과 무선충전이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부터 탈착형 대신 일체형 내장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이외의 문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10일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장 케이스 설계를 잘못했든지 뭔가 소프트웨어상 문제가 있든지, 여러 가지로 다시 처음부터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싸여 있는 제품인데 약한 충격에도 배터리에 손상이 간다면 안심하고 들고 다니기 어렵다는 얘기"라며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서둘러 교체용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실제로 제품을 못 본 상태에서 정확하게 배터리 문제인지, 하드웨어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품질관리 문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뭐가 문제인지 아직은 모른다"고 강조하며 "(새 기기 배터리를 공급하는 ATL이) 단기간에 많은 납품 요청을 받으면 실질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을 품질 검사를 하기에는 업무부담이 많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