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 문체부가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했고,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예술위가 의원실에 2015년 5월 29일 회의록과 2015년 11월 6일 회의록을 제출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나 사업의 문제에 대한 지적 사항 등 상당 부분을 삭제한 채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각각 14페이지씩 삭제된 회의록 내용은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의 절차상 문제, 심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심사위원 구성 문제 등이다. 도 의원은 "(삭제된 회의록에는) ‘위’, ‘청와대’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 예술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도 의원에 따르면, 2015년 5월 29일 회의에서는 기금 지원심의 운영 규정에 대한 안건이 진행되는 중간에 한 위원의 책임심의위원 추천권에 대해 “직원이 된다, 안 된다, 1명만 넣어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을 시작으로 논란이 격하게 벌어졌다.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은 상황을 정리하며 이같이 발언한다.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그런 사정 때문에 '이 사람은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곤욕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심의상의 문제, 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
도 의원은 권 전 위원장의 해당 발언을 지적하며 "신상파악을 해서 '된다, 안 된다' 결정하고,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다는 것은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면서 "작년에 제기된 심사 개입, 정치검열이 모두 ‘윗선’의 지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건으로 밝혀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블랙리스트' 등 예술계 정치 검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바 있다. 당시 도종환·유기홍 의원은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계 인사들이 선정되고도 탈락되는 일이 일어났음을 내부 증언을 통해 공개했다.
창작산실지원분야의 박근형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이유로, 문예창작기금 분야의 이윤택 씨는 대선 당시 반대편 후보의 지지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다원창작예술지원분야의 ‘안산순례길’ 작품은 세월호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는 심사위원의 증언이 나왔다.
윗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결국 위의 눈치를 본 아래의 '자기검열' 혹은 '개인적 일탈' 정도로 상황이 종결됐다.
한 위원은 회의 말미에 “000 부장이 공문을 준 게 뭐냐 하면 심사위원 추천권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을 추천했습니다. 안 받아졌습니다. 결국 그분도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로 해서 심사에서 빠졌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같은 자료들을 근거로 도종환 의원은 '문예위가 국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위증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도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정치검열, 블랙리스트 논란, 심사 개입이 청와대와 문화부의 지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음에도 문예위는 ‘그런 일은 없다’며 거짓 답변을 한 바 있다”면서 “해당 회의록을 통해 작년에 제기했던 문제들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예술위는 국회에 허위 자료 제출로 위증,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된 문예위의 허위 자료 제출, 위증 문제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