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헐어쓰면 걷잡을 수 없다"…기재 차관도 논란가세

재정 책임론에 장관 이어 차관도 부정적 입장, "예산심의 과정서 증액 전혀 고려안해"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열린 '브라운백 런치 미팅 형식의 기자간담회'에 참석,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헐어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정부 예산과 재정을 총괄하고 있는 정부의 곳간지기 격인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이나 금리냐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송언석 차관은 10일 오찬 도시락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주요국가들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선인 점을 감안하면, GDP대비 40% 수준인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정당국으로서는 재정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채무 증가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을 헐어쓰자는 주장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걷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차관은 또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예산 증액 가능성은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날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재정 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며 "더 확장적으로 하기엔 재정 적자도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를 거론하며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으로 주문한 것에 대해, 우리 재정 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송언석 차관은 최근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면서 예산안이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난 2년 동안 법정시한이 지켜진 관례가 있기 때문에 20대 국회의 첫 예산안도 법정기한 내에 통과될 것을 희망한다"면서도 "솔직히 상황이 어렵기는 하다"고 어려움을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대로 누리과정 예산이 증액될 경우에 대해서는 "헌법상 정부가 예산증액 동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동의가 없으면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정부가 무조건 동의권만 갖고 안 된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또, 올해 예산안 심의에서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따라 이른바 쪽지예산의 위법성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일단 기재부는 국회의원이 국회 상임위나 예결위 등 공식루트를 통해 예산을 요청하는 것은 괜찮지만, 공식적 경로가 아닌 비공식적 예산 요청은 모두 쪽지예산으로 판단하고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차관은 현재 진행 중인 철도 파업에 더해 화물연대까지 파업에 들어가자 "경제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철도 노조는 성과연봉제 반대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성과연봉제 조기이행 성과금을 이미 받았다"며 "성과금을 받은 것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성과연봉제에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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