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치겠느냐' LG 가을 초짜 vs KIA 전역 듀오

'니들이 미쳐야 돼' 10일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양 팀 베테랑으로부터 미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꼽힌 LG 이천웅(왼쪽)과 KIA 김선빈.(자료사진=각 구단)
포스트시즌(PS)에는 한 마디로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팽팽한 분위기에서 신들린 듯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 1명의 등장은 일거에 승부의 흐름과 함께 시리즈의 향방을 바꿔놓을 수 있다.

특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가 의외의 활약을 보이면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 예상 외의 전력 플러스 요인이 되기에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오르게 된다. 2005년 한국시리즈(KS)부터 가을이면 미친 활약을 펼쳤던 '걸사마' 김재걸 삼성 코치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2014년 준플레이오프(PO) MVP 최경철(LG)이 꼽힌다. 당시 NC와 시리즈에서 4경기 타율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1홈런 5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포수이자 하위타선에 머물렀던 최경철의 예상 밖 활약에 LG는 3위 NC를 꺾고 PO에 진출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LG-KIA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도 소위 미친 선수가 나오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특히 1경기, 많으면 2경기에서 끝나는 초단기전인 까닭에 더욱 미친 선수의 활약이 필요하다. 두 팀도 의외의 영웅이 탄생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LG "초짜가 더 무서워…7명 중 1명 터진다"

사실 간판 선수들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기 마련이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른 박병호(현 미네소타)가 넥센 시절 가을야구에서 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까닭에 가을야구에서는 의외의 선수가 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대 간판 타자들에게 잔뜩 긴장했던 투수들이 살짝 방심한 가운데 얻어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일단 LG에서는 '가을 초짜'들에 기대를 건다. 올해 정규리그 4위를 이끈 세대 교체의 주역들이 바야흐로 PS 무대에 나설 차례다. 무서운 아이들이 미치면 더 무섭다. 주장 류제국은 "스타성이 워낙 강해 주눅들기보다 오히려 더 날뛸까 걱정"이라고 할 정도다.

'우리도 가을 초짜' KBO 리그에서 처음으로 가을야구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LG 유강남(왼쪽)과 루이스 히메네스.(자료사진=LG)
쌍둥이 군단 간판 박용택은 9일 미디어데이에서 "PS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덤비는 생짜들이 제일 무섭다"면서 14년 전 자신을 돌아봤다. 2002년 당시 신인이던 박용택은 KIA와 PO에서 타율 3할5푼 2홈런 4타점의 깜짝 활약으로 MVP에 올랐다. 박용택은 "5차전에서 멀티홈런 포함, 4타점을 올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때문에 박용택은 현재 젊은 선수들에 기대를 건다. 박용택은 "사실 주전들 중 나와 정성훈을 빼면 거의 PS 생짜"라면서 "7명 중에 1명은 터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는 이천웅, 유강남, 양석환 등이 생애 첫 가을야구다. 주전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도 한국에서는 첫 PS 무대다. 주전 우익수 채은성도 2014년 넥센과 PO 4경기만 뛰었다. 이들 중에 1명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KIA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가을 사나이"

이에 맞서는 KIA는 초짜보다는 유경험자에 기대를 건다. 그래도 가을야구의 맛을 봤고, 또 여기에 군 생활을 통해 한결 더 성숙해진 전역병들이다.

바로 호랑이군단의 키스톤 콤비를 이룰 안치홍-김선빈이다. 지난달 군 복무를 마치고 가세한 둘은 각각 주전 유격수와 2루수로 WC 결정전에 나설 전망이다. 흔히 군인들은 전역만 하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하는데 그 기운을 가을야구에 이어갈 인재들이다.

'우리가 미칠게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호랑이군단에 구원군으로 합류한 KIA 전역병 듀오 김선빈(왼쪽)-안치홍.(자료사진=KIA)
주장 이범호도 이들이 미친 선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범호는 미디어데이에서 "1명이 터지면 그 바이러스가 팀 전체로 전염되는 게 가을야구"라고 전제한 뒤 "김선빈이 최근 타격감이 좋아 큰 일을 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선빈은 복귀 후 6경기 타율 3할6푼을 기록했다. 다만 2011년 준PO에서 4경기 15타수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당시의 아픔을 설욕할 기회다.

안치홍도 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무에서 뛴 김선빈보다 빨리 제대한 경찰청 출신 안치홍은 복귀 뒤 타율 2할2푼2리로 다소 부진했다. 그러나 PS 경험은 김선빈보다 많다. 신인이던 2009년 KS 7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1홈런 2타점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범호는 "둘이 테이블 세터진을 이룰 것 같은데 중심타선 앞에서 얼마나 잘 해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둘이 긴장하지 않으면 쉽게 경기가 풀릴 것 같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LG의 초짜들과 KIA의 전역병들. 과연 어느 팀에서 미친 선수가 나와 시리즈의 승리를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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