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경찰이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들을 검거한 이후에도 집회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정부가 주장하는''배후 세력론''은 전혀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 시민 불편 더한 ''게릴라 시위''는 경찰이 자초
29일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경찰은 30여 대의 전경버스 등을 이용해 53번째 촛불집회가 열리기로 한 서울 시청 앞 광장 주변을 원천봉쇄했다.
광장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던 3천여 명의 시민들이 갑자기 을지로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 시간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시청 앞 광장만 틀어막으면 집회를 못할 것이라는 경찰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경찰은 또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을 염두에 두고 오른쪽으로 우회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행진하는 시위대 쪽으로 부랴부랴 전경들을 따라 붙여 길을 가던 시민들로부터 "전경도 함께 행진한다"는 비웃음을 듣기도 했다.
시위대는 ''1차 우회로''인 영풍문고 앞에서 뒤쫓아 온 경찰에 막히자 다시 ''2차 우회로''인 청계로로 이동했다. 지금까지 주로 집회 장소로 이용된 세종로 네거리와는 달리 청계로쪽은 샛길이 많아 시위대가 흩어졌다 모이고, 다시 흩어지는 ''게릴라전''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인도를 걷던 70대 노인이 시위대를 잡으려는 전경들에게 부딪쳐 넘어지면서 얼굴에 피를 흘렸다. 또 인도까지 올라와 시위대를 막아서는 전경과 몸싸움을 벌이다 이승규(38)씨가 손가락이 찢어지는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아울러 청계로와 종로2가 일대 교통 흐름도 2시간 여 동안 큰 혼잡을 빚어 ''게릴라 시위''를 예상치 못한 경찰로 인해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
이같은 ''게릴라 시위''는 30일 새벽까지 이어져 보신각 앞에서 강제 해산된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세운상가와 종로3가·4가, 동대문 등을 오가며 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집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 등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 보신각 앞에서 "시청 앞 광장에서 평화롭게 진행될 촛불집회를 경찰이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종로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며 "경찰이 불법 시위를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 경찰 ''배후세력'' 색출…시민들 "대책회의가 배후세력? 우리가 배후다!"
경찰이 29일 53번째 촛불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과정에서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의 방송 차량 등을 전격 견인했다. 앞서 대책회의 간부를 구속하고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선 상태다.
이른바 ''배후 세력''을 차단하면 촛불이 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날 시민들은 대책회의 관계자가 없어도, 시위대를 이끄는 방송 차량이 없어도 촛불집회는 계속된다는 것을 ''게릴라 시위''를 통해 보여줬다.
김 모(27.여)씨는 "대책회의 관계자 몇 명 잡아넣는다고 집회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의 오판"이라며 "왜냐하면 시민 모두가 집회를 이끄는 ''배후 세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모(34.회사원)씨는 "좀더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지만 시위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다"며 ''''''''전면 재협상''''이라는 목적이 있으니 쉽게 촛불을 꺼뜨릴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