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학교 이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중앙'과 '동(東)·서(西)·남(南)·북(北)'을 뜻하는 방위나 '제일(第一)'과 같은 서열이 포함돼 있다는 것.
이른바 일본식 방위 작명법을 따른 학교들이다.
'제일(第一)'처럼 서열을 나타내는 수사는 말 그대로 일본식 표현이고, 방위를 넣은 것도 일제가 식민통치를 쉽게 하려고 행정편의상 넣었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일제 강점기 '동(東)'이나 '중앙'의 방위는 일본인이 다니는 학교에, 반면 서(西), 남(南), 북(北)은 조선인이 다니는 학교에 붙였다.
방위상 동쪽이나 중앙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제가 학교 이름에서부터 한국인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던 것.
더욱이 수원의 '대추나무 골'을 '조원(棗園)'으로 부르는 등 우리나라 고유 지명을 별 의미 없는 일본식 한자어로 바꿔 학교명으로 사용한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일본식 학교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행정동이나 마을 이름을 쓰거나 교육적 의미와는 무관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적 의미가 담긴 학교 이름은 22.8%에 불과했다.
더욱이 학교이름의 91%가 한자어인 반면, 순우리말은 5.8%에 그치고 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단순히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학교 이름뿐만 아니라 광복 이후에도 관행처럼 행정편의적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학교명 바로알기 캠페인을 통해 학교 스스로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물론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순우리말로 학교이름을 바꿀 수 기회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명을 포함해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일제식 용어를 모두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적인 가르침을 뜻하는 '훈화'나 '훈시'도 일본식 표현이며, 동의어에 가깝고 권위주의적 어휘라고 비판했다. 차라리 '학교장 말씀'이나 '선생님 말씀'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
'국민의례'는 일본제국주의 시대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 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전체·차렷·경례' 같은 구령과 '장학관', '장학사'처럼 감시·감독 기능을 담당했던 직급명도 일제 서열문화의 잔재로 봤다.
전국국어교사모임 고용우 이사장은 "오히려 일본식 언어에 익숙한 교사들로부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그런 언어들을 학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말을 가르치고 소중히 다뤄야 할 교육현장에서부터 대대적인 정화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