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수사팀, 잇달아 대상포진·탈진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출범 4개월차를 맞았다.

검찰은 그동안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경영비리를 적발해 구속기소했고, 남 전 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지시로 대우조선이 지인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확인했다.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불법 송사컨설팅 의혹도 불거져있고,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강 전 행장의 '영장 기각'이라는 변수는 수사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고, 현재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강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검찰은 지난주부터 대우조선 회계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이 수사의 본류 가운데 하나로 뽑았던 분식회계 정황 적발을 위한 '수사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초반 "대우조선 수사가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 전 행장의 영장이 기각되기 전까지 검찰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대우조선 전 경영진들이 수의를 입고 검찰청사를 오갈 때마다 새로운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났고 여론의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검찰총장 임명 후 첫 수사 아이템으로 '대우조선'을 정하기 잘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원 팀, 원 스피릿(One Team One Spirit)'. 수사팀을 이끄는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 6월 수사팀을 불러놓고 한 말이다.

"검사와 수사관, 실무관 등 구분 없이 수사팀은 하나"라는 취지였고, 수사팀은 이 말을 되새기며 똘똘 뭉쳤다고 한다.

수사가 시작된 뒤 한 달 동안, 월~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수사팀 지휘부가 수 차례 주말에 근무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임신부 아내를 둔 팀원까지 "나와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하나가 돼 일했다"는 것이 수사팀원들의 말이다.

'대상포진족(族)', '링거족(族)', '실핏줄족(族)'. 대우조선 수사 4개월차를 맞아 회자되는 말들이다. 대상포진에 걸린 팀원만 2~3명, 탈진하기 일쑤여서 링거맞고 일한 팀원 4~5명, 눈에 안압이 높아져 실핏줄 터진 팀원만 2~3명이다.

수사팀은 매 점심, 매 저녁 모두 배달음식을 먹으며 일을 하고, 새벽 1~2시 퇴근도 감내했다. '노동법 사각지대'라는 생각보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 대우조선 수사팀의 하루 하루는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정재계 로비스트로 활약한 박수환 대표를 상대로 한 조사는 수사팀의 '투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사팀은 주말과 여름휴가, 연휴를 반납하며 다져온 자료들을 박 대표에게 들이밀며 꼿꼿한 기세를 한 풀 꺾었다.

최근에는 조현준 효성 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을 차례로 비공개 소환하며 박 대표를 상대로 한 수사에 더 힘을 실었다.

박 대표는 결국 입을 열었다.

이제 수사는 막바지에 들어섰다. 김 총장이 "신속한 수사"를 주문한 것처럼 한 두 달 내로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천문학적 금액 지원을 약속한 것을 비롯해 박수환 대표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관련 의혹 등 남은 의혹은 많다.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 비리 사건이 더 큰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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