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는 총선 공천위원장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일전을 벌였다. 김 전 대표는 공천에 부당 개입하는 '권력자'로 청와대를 겨냥했고, 청와대와 친박계가 맞대응하면서 상당 기간 당청 관계가 험악했다. 2011년 벽두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반발해 당청관계가 뒤틀렸던 상황을 상기시킨다.
4월에는 박 대통령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진박'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는 등 여당의 총선 참패로 16년만에 여소야대 정치판이 만들어졌다. 이후 장관 해임건의 강행 등 다수 야당의 위력을 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이완됐다.
5년 전에도 '천당 아래 분당'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에게 금배지를 상납하고, 보수의 텃밭 강원도에서 도지사 선거를 지는 등 여당이 4·27 재보선을 참패하면서 청와대의 힘이 급속히 빠졌다.
이 다음 박 대통령의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이 줄을 이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횡령·직권남용 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 지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의혹이 등장했다. 대통령 사촌형부의 업체를 위한 원샷법 특혜입법 의혹도 불거졌다.
동남권 신공항 정책을 놓고 두 전·현직 대통령이 지역민 반발을 샀다는 점도 집권 4년차의 공통점이다. 박 대통령은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 이 전 대통령은 전면 백지화로 각각 '신공항 건설'이란 대선공약을 접었다. 최근 박 대통령 사저 부지 의혹으로 정치공방이 불거진 점도 5년 전 'MB 내곡동 사저' 논란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격동'의 MB 4년차가 끝나던 2011년 12월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해 MB정권 국정 난맥에 대한 극복과 단절을 선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첫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시점에 전임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5년 전에 비해 현저한 차이점도 있다. MB 4년차 때는 여당 소장파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대국민 사과, 측근비리 엄정 수사를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등 여권 내 자정활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 출신 당대표 중심의 지금 여당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다.
여권 관계자는 7일 "집권말기로 갈수록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이완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 어느 정권이나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이라고 다를 게 있겠느냐"며 "향후 여야 차기 대선주자군이 부상할수록 청와대의 힘은 더 빨리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