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을 오간 슈틸리케의 90분

3-2 재역전승에도 경기 내내 불안했던 수비의 아쉬움

카타르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3-2 재역전승을 거둔 뒤 깊은 숨을 내쉬는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에서 기쁨과 함께 아쉬움을 모두 읽을 수 있다. 박종민기자
말 그대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90분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3-2로 역전승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11분에 터진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선제골에도 전반에만 두 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11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후반 13분 손흥민(토트넘)의 연속 골로 목표했던 승점 3점을 손에 넣었다.

지난달 시리아와 원정 2차전에서 아쉬운 무승부에 그치며 A조 3위로 밀렸던 한국은 카타르전 승리로 당장 급한 불을 껐다. 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지 못할 경우 우즈베키스탄, 이란과 순위 경쟁에서 뒤질 수 있는 만큼 이란 원정을 앞두고 열리는 카타르와 홈 경기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로 활용했던 4-2-3-1 전술이 아닌 조금 더 공격적인 4-1-4-1 전술을 꺼냈다. 주장이자 중원의 핵심인 기성용을 전진 배치했고,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며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수비 불안이 슈틸리케 감독을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게 했다. 기성용의 선제골 기쁨은 불과 4분 만에 차갑게 식었다. 상대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알 라얀)을 막던 홍정호(장쑤 쑤닝)가 페널티 박스에서 몸싸움을 하다 다리를 걸어 경고와 함께 페널티킥을 내줬다. 카타르는 곧장 1-1 균형을 맞추며 예상 밖의 대등한 싸움을 이어갔다.

공격력이 좋은 홍철(수원)이 가세한 새로운 구성의 포백 수비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불안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상대 공격수 3명에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노출하며 역전골까지 내줬다. 수비수 누구를 지적할 것 없이 총체적인 수비 불안이 드러난 장면이다.

1-2로 뒤진 채 후반을 시작한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 검증된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의 투입과 함께 다시 주도권을 되찾았다. 결국 후반 11분 지동원, 후반 13분 손흥민의 연속 골이 터지며 흐름을 뒤집는 데 성공했고 승점 3점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짜릿한 재역전승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홍정호가 후반 21분 소리아를 막는 과정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한 것.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를 대신해 곽태휘(서울)을 투입해 스리백으로 남은 시간을 경기했지만 카타르의 막판 공세를 막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박경훈 전주대 교수는 “현재 우리 대표팀에는 수비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수비는 경기 내내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를 막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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