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개막식 전, 3일 오후 6시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는 300여 명의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한 레드카펫 행사가 열렸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속한 감독들이 영화제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거물급 배우의 참석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 김의성의 퍼포먼스였다. 김의성은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보장'이라고 영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레드카펫을 걸어 눈길을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개막식장 입구에서 부산영화제 파행에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배부했다.
레드카펫 행사 이후에는 김덕수 패 사물놀이와 국악인 안숙선이 판소리 축하 공연을 펼쳐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사회를 맡은 배우 설경구와 한효주는 태풍 '차바' 피해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설경구는 "태풍으로 인해 해운대가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들었다. 빨리 복구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고, 한효주는 "'차바'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더 이상 그런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곧바로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이 이어졌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프랑스 파리의 영화·영상 기관인 포럼 데지마주 대표 로랑스 에르즈베르그에게 돌아갔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개최된 첫 한국 영화 프로그램 '매혹의 서울'을 성사시켰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이란의 고(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수상했다. 세상을 떠난 키아로스타미 감독 대신 아들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가 무대 위에 올라왔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체리향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등 엄정한 국가 검열 속에서도 네오 리얼리즘에 기반한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는 "아버지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즐거움이기를 바랐다.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시와 작품, 그가 양성한 수많은 신진 감독들은 전 세계에 남아 있다. 고인의 타계는 이란의 많은 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다음으로는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들이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말리의 슐레이만 시세 감독, 인도의 구니트 몽가 프로듀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베로 바이어, 중국 출신의 장률 감독, 이란의 마흐무드 칼라리 감독 등 전세계에서 모인 영화인들을 맞이했다.
심사위원장인 슐레이만 시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돼 영광이다. 이제 스물한살이 되었으니 영화제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순서는 올해 개막작인 영화 '춘몽'의 소개였다. 배우로 출연한 이준동 프로듀서는 영화제 보이콧 뜻을 밝히고
'춘몽'은 5년 만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한국 영화로 어딘가 부족한 세 명의 남자와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자가 그리는 꿈같은 이야기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예리 역의 배우 한예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단편영화를 내면서 매회 빠지지 않고 찾았는데 제 영화가 개막작으로 상영될 수 있어서 기쁘다.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찍은 영화"라면서 감격을 드러냈다.
동네 건달 익준 역을 연기한 양익준 감독은 "레드카펫을 처음 걸어봤다. 절 아는 분들보다 모르는 분들이 적을 것"이라고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 "2008년에 영화 '똥파리'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고, '춘몽'이 개막작에 선정돼 너무 영광이다. 많은 분들을 앞에 서니 가슴이 벅찬다"고 기쁨을 내비쳤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 김의성은 "장률 감독님이 현장에서 하루만 놀다가라고 해서 놀았는데 그 흔적이 영화에 조금 남아서 이렇게 개막무대에 오르는 영광까지 얻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에는 조직위원장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개막 선언이 있었지만 올해 김동호 이사장은 따로 이 같은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 개막식부터 민간 이사회 체제로 바뀐 조직의 변화가 드러난 셈이다.
올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영화제 및 영화인과의 갈등을 의식하듯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 간 부산에서 열린다. 올해는 69개국 30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